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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말하는 고문기술] "생지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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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말하는 고문기술] "생지옥 같았다"

입력
1999.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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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판 전기고문, 통닭구이, 관절뽑기, 물먹이기, 볼펜 심찌르기.…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은 이근안전경감의 고문기술을 몸으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옥에서 온 장의사」 「고문하는 백정」 등으로 불린 이전경감은 다른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가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인간」이었다고 피해자들은 치를 떨었다.■칠성판 전기고문

83년 간첩혐의로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갔던 함주명(咸柱明·69)씨가 겪은 것 가운데 가장 처절했던 고문. 허리높이의 나무침대형태인 칠성판은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야만적 흉기다. 벌거벗긴 사람을 눕혀놓고 목과 사지를 가죽끈으로 묶어 고정시킨 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물을 붓고 새끼발가락에 연결된 전선을 통해 전류를 흘려보낸다. 함씨는 『이씨가 가슴에 올라타 샤워기로 물을 부으면 공기는 안통하고 코와 입으로 물만 들어와 그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며 『동시에 발가락으로 전기를 연결하면 생지옥이 따로 없다』고 치를 떨었다.

83년 대구 미문화원 사건으로 고초를 겪은 하종호(河宗昊·41) 대구시의원은 『발가벗겨져 물이 뿌려진 바닥에 눕혀진 상태에서 발가락에 끼워진 쇠반지에 전기를 연결하자 내가 사람인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통닭구이

『죽을 수만 있다면 한시바삐 죽고 싶었다』 수갑이 채워진 양팔 사이로 구부린 무릎을 끼워넣고 안무릎 밑으로 쇠파이프를 집어넣어 양쪽에 놓인 책상에 걸치면 말 그대로 통닭구이. 86년 반제동맹사건 피해자인 박충렬(朴忠烈·39)씨는 『피가 거꾸로 몰려 시간이 흐르면 정신이 몽롱해지자 고춧가루물을 코와 눈에 들이붓고 정신을 잃을 때쯤 발바닥, 무릎, 허벅지 등을 쇠파이프로 구타했다』며 진저리쳤다.

■관절뽑기

85년 간첩혐의를 받았던 납북어부 김성학(金聲鶴·48)씨는 경기도경 대공분실에서 뼈마디가 으깨지는 고통을 겪었다. 이전경감은 위 아래 팔을 각각 잡고 쑥 뽑아 관절을 이탈시키고는 힘들이지 않고 두 손가락으로 팔의 통점을 슬쩍 짚어 기겁할 고통을 줬다. 김씨는 『이근안이 신체구조를 훤히 꿰뚫어보고 아주 적절하게 고통을 가했다』고 회고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김태훈기자

0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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