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2월3일 내한한다. 한국이 IMF 구제금융체제에 들어간 이후 그가 방한한 것은 여러번이지만 이번 경우는 예전에 비해 의미가 남다르다.그가 방한하는 12월3일은 97년 임창열(林昌烈) 당시 경제부총리가 캉드쉬 총재와 「구제금융 공여협정」에 조인한 이른바 「환란국치일」 2주년이 되는 날. 대선과 연말이 겹쳐 나라 전체가 들떠있던 그 당시 국민은 생전 처음보는 거구의 IMF 총재가 서울에 나타나 채무각서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국가부도」의 위기를 비로소 실감했었다.
캉드쉬 총재의 이번 방한은 물론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정부는 그의 방한이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캉드쉬 총재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이 IMF 구제금융 처방전을 가장 충실히 따른 「모범환자」임을 추켜세우고 경제개혁을 조금만 더 가속하면 조만간 완쾌될 것임을 내외에 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캉드쉬 총재가 바쁜 일정을 쪼개어 방한하는데는 IMF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게 중론. 그는 우선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처럼 구제금융을 받으면서도 개혁이 지지부진한 인도, 태국등 여타 국가에 「한국을 거울삼으라」며 분발을 촉구할 예정. 그는 특히 이번 방한을 IMF에 비판적인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부 국가에 「IMF 우등생 한국」의 성공사례를 홍보하는 이벤트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시애틀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한뒤 짬을 내 불과 15시간만 한국에 머무르고 곧바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식」의 강행군을 마다않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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