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이 어린 여자와 바람을 피는데… 남자의 바람기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분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정말 속이 터져요』 『마누라가 공부하러 외국 간다고 해 허락했는데 미국 가서는 연락이 없어 요즘 너무 힘듭니다…』 (PC통신 천리안의 나이별 대화방)#2. 『비아그라가 필요한 나이 아닌가?』 『비아그라를 먹을 나이는 40대 정도지』 『최수종이 아내 하희라에게 너무 잘해준다는 말 좀 안했으면 좋겠어. 그 자체가 부부싸움의 화근이야』 (SBS 「이홍렬쇼-유부클럽」)
#3. 『남편이 10여년 동안 암에 걸린 저를 수발해줘 조금씩 회복하고 있어요. 남편이 없었으면 저는 이미 죽었을 거예요. 남편 사랑이 위대하게 느껴져요』(MBC 라디오 「이종환·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수다 떠는 사회
여자들이 미장원, 계모임 등 사적이며 비공식적 공간에서 늘어 놓던 수다. 수다가 이제는 다중적·공식적 대중매체 속에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일관하는 토크쇼를 신설·강화하는 추세다.
주간 단위로 볼 때 주로 아침 및 심야 시간대에 수다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는 것은 20여개. 주로 연예인들이 출연하지만 일반 주부들도 아침 프로 등에 나와 가정 잡사를 이야기한다.
라디오에서 진행자나 출연자가 수다를 떠는 것은 보편화한 지 오래. 더이상 여성의 전유물도 아니다. TV에는 남성 수다 코너가 생겨났다.
SBS 「이홍렬 쇼」의 「유부클럽」(유부: 유부남 유부녀를 통칭하는 PC통신상 용어)이다. PC통신의 채팅은 기본적으로 수다의 성격이다. 아예 「수다방」이라 이름붙인 경우도 있다.
■수다에 대한 인식
수다의 사전적 의미는 「쓸데없이 많이 지껄이는 일, 또는 그 말」(동아 새국어사전)이다. 수다는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대화」보다 격이 낮은 것으로 인식돼 왔고 사회성보다는 사적인 부분이 강했다.
그래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생활에 유익하지 못하다는 게 통념이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라는 말은 수다의 부정적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왜 수다를 떠나, 그 문화사회적 풀이
그런데 왜 모두들 수다를 떨지 못해 안달인가? 수다는 이처럼 전혀 효용이 없는 것일까? 왜 수많은 수다 프로그램들이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일까?
문화비평가들은 수다는 공개적 저항이나 일탈적 행동이 용이하지 않을 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상적 저항 전략이라고 고급하게 풀이한다. 특히 여성들은 가부장제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수다로 일탈을 대신한다.
또한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KBS 1TV 「아침마당」 에는 생활력 없는 남편에게 한마디 못하는 아내가 나와 하소연하고 속시원해 한다.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과묵해야 한다는 논리에 눌리고 가정과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들도 같은 이유로 수다를 떤다. 강남길 등 다섯 유부남들이 나와 일상잡사를 이야기하는 SBS 「이홍렬쇼-유부클럽」를 연출하는 김태성 PD의 설명.
『여자는 수다 공간이 많은데 비해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 이 시대 남자들의 고충과 즐거움, 그리고 철학을 늘어놓을 공간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기획했다』
자신의 존재와 경험을 표현하는 자기 진술양식이라는 풀이도 있다. 자신이 놓인 비관적이거나 힘든 처지 등을 말하면서 그걸 객관화해 극복하려는 심리의 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정보 교환의 의미도 있다. MBC TV 「생방송, 임성훈 이영자입니다」 진행자 임성훈씨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무슨 특별한 이야기를 하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정보를 얻으려고 수십건씩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수다 자체가 촉발하는 말하기와 듣기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수다를 떨며 동류의식과 유대감, 친밀감을 느낀다. 수다는 기본적으로 사적 공간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업사회가 초래한 개인화와 소외문제를 수다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새로운 수다문화를 위하여
여성학자 오숙희씨는 『파편화하고 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잘못된 이야기가 보편화함으로써 적게는 이웃, 많게는 시청자들에게 큰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너무 일회용 배설적인 수다들이 넘쳐나 비생산적인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성 있는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개인적인 은밀한 것들만이 파급력을 갖는 현상은 건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중매체 속에서 날로 늘어나는 수다 프로그램은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로 방송문화의 획일성과 전파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한 라디오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본연의 음악은 없고 수다만 있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화비평가 마정미씨의 제안. 『사적 공간과 공식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다를 개별화한 경험으로 한정해서는 안된다. 내용을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중매체는 신변잡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이야기가 보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꾸며가야 한다』
◇연예인들이 주로 나와 시시콜콜한 수다를 늘어놓는 프로그램들.
KBS TV의 「서세원쇼」
MBC TV의 「주부 9단」
SBS TV의 「김혜수 플러스 유」
인천방송의 「김형곤쇼」
MBC 라디오의 「강석·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이시대 최고의 수다꾼들
천하의 수다꾼도 상대방이 없으면 짝 잃은 철새. 수다꾼은 수다꾼과 통한다. 이영자·정선희·홍진경 삼총사. 한 명만으로도 감당못할 파워를 가졌는데 셋이 합쳤으니 오죽할까?
친자매 이상 죽이 잘 맞는 소문난 짝꿍들인 이들은 95년 KBS 2TV 「슈퍼선데이」의 「금촌댁네 사람들」 출연을 계기로 뭉쳤다.이어 같은 방송의 토요시트콤 「행복을 만들어 드립니다」에서는 모녀간으로 나와 속내까지 다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사우나에서 술자리까지.
맏언니 이영자의 소탈하면서 파워넘치는 재담, 딱따구리 정선희의 톡 쏘는 재치, 푼수 홍진경의 능청맞은 익살. 흘러 넘치는 말 속에는 서로를 생각하는 진한 정이 담겼다. 정선희와 홍진경은 평일 낮 12시부터 2시까지 SBS 라디오 「오 해피데이」를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 트리오에 뒤지지 않는 짝꿍은 이성미·이경실 커플. 세월도 이들의 입담 앞에서는 녹슬어 버렸다. 무르익은 말솜씨엔 관록이 넘친다.
오랜 연예계 활동 속에 다져진 연분으로 절친한 이들은 최근 SBS 「이경실 이성미의 진실게임」 공동 진행을 맡아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이경실은 푼수, 수다, 호쾌한 웃음, 방송생활 20년이 믿어지지 않는 만년 소녀 이성미는 변함없는 재치와 순발력이 돋보인다.
수다를 여자만 떨어야 한다는 법 있나? 지난 주부터 등장한 SBS TV 「이홍렬쇼」의 「유부 클럽」 코너 5인방. 이홍렬, 박철, 강남길, 표인봉, 권오중.
집안 뒷얘기에 나선 이들은 남자들만의 걸쭉하고 털털한 담소로 유부남의 속타는 마음을 시원하게 긁고 나섰다. 집사람 험담에 나설 듯 하다 은연중에 애처가로 돌변하는 이들의 수다 앞에 아옹다옹하는 부부살이 모습을 느낀다.
최화정, 주영훈 커플은 보기 드문 혼성 수다 커플. 개그맨 뺨치는 재치와 유머로 본업을 헷갈리게 만드는 작곡가 주영훈은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빠지지 않는 남자 수다꾼으로 변신했다. 주영훈에게 가장 어울리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시청자들은 애교가 넘치고 톡톡 튀는 최화정을 꼽았다.
최근 MBC로부터 공동MC 제의도 받은 상태. 이밖에 수다꾼에서 제외되면 속상해할 연예인을 꼽으라면 서세원, 김원희 등이 있다. 라디오에서는 단연 MBC 「싱글벙글쇼」의 강석과 김혜영,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이끄는 이종환과 최유라 콤비가 유명. 콘서트장에서는 이소라, 김장훈과 컨츄리 꼬꼬 등이 말 잘하기로 유명하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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