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이 받고 있는 혐의는 두가지다. 하나는 88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인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부총재를 고문한 혐의이고, 다른 하나는 85년 납북어부 김성학(金聲鶴)씨를 간첩으로 몰아 고문한 혐의이다.김의원 고문사건은 공소시효가 99년8월로 이미 완성됐으나, 김성학씨 사건은 지난해 법원에 의해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소시효가 2013년으로 연장됐다.
검찰은 그러나 김의원 사건도 이씨가 95년12월 이후 해외에 도피해 있었다면 그 기간동안 공소시효가 중지되기 때문에 공소시효 완성여부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도피시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한 법조항이 95년12월에 신설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이 두 사건의 고문 혐의를 우선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납북어부 김씨 사건은 이미 재판이 진행중이며,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 21일 이씨와 함께 고문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경찰관 6명에 대해 가혹행위와 불법체포죄 등을 적용, 징역 1~2년의 실형 또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씩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 경찰관들은 재판에서 고문혐의에 대해 『핵심적인 조사는 이씨가 했고 우리는 이씨 지시에 따라 업무보조나 신병 감시 역할만 했다』며 이씨에게 혐의를 돌려 검찰이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의 행적도 검찰의 주요 조사대상이다. 이씨는 88년 수배된 뒤 11년간이나 도피생활을 해왔다. 경찰은 이씨를 잡기 위해 경기경찰청 형사 50여명으로 전담반을 구성해 추적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누군가가 이씨를 비호 은닉해주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이씨의 행적조사는 이번 사건의 또다른 파장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탈주범 신창원(申昌源) 검거후 경찰이 한동안 곤욕을 치렀던 것처럼 「이근안 리스트」에 어떤 인물이 오를 지 모를 일이다. 특히 이씨의 도피생활을 도와준 비호자는 범인은닉죄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이씨가 80년대 고문기술자로 불리면서 공안사건 등 다른 경찰청 수사에까지 깊이 개입했던 만큼 이씨의 추가 범행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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