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고문기술자」이근안(李根安·61) 전경감은 70년 순경으로 경찰에 들어간 뒤 거의 대부분 기간을 대공·공안 분야에 몸담았다.현역시절 90㎏이 넘는 거구였던 그는 구리빛 얼굴과 핏발선 눈, 굵은 목, 딱 벌어진 어깨, 솥뚜껑처럼 큰 손이 특징이었다. 그는 연행자 앞에서 한 손으로 사과를 으깨 보이면서 『고문기구인 칠성판은 나의 발명품』이라는 등의 말을 예사로 했다. 큰 손으로 팔을 확 잡아당겨 관절을 뽑았다가 다시 쭉 밀어넣는 관절뽑기는 기겁을 할 만큼 아팠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반달곰」 또는 「박중령」으로 통한 그는 장기인 관절뽑기에서 통닭구이 물·전기·볼펜심 고문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문에 통달, 다른 기관에도 고문출장을 다녔다고 한다. 실제 88년12월 전민청련 의장 김근태(金槿泰·국민회의 의원)씨 고문 혐의로 수배를 받자 각 언론사에는 『나도 당했다』는 전화가 빗발칠 만큼 피해자가 속출했다.
반면 대공 공안분야에서는 『이근안이 없으면 수사가 안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는 「탁월한 심문관」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특히 「대공 체질」인 그는 매번 특진을 거듭했으며 16번의 표창을 받았다.
그중에는 「간첩검거유공」이 4회 포함돼 있고 79년 청룡봉사상, 86년 경찰의 날에는 대통령으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대전 H중, 서울 K고를 졸업한 그는 공군헌병 출신으로 인사기록 카드에는 취미가 독서, 특기는 합기도로 적혀 있다.
한편 그의 도피기간이 길어지면서 상부보호설, 자살설, 밀항설, 입산설, 심지어 당국에 의한 제거설까지 수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또 성형수술을 받고 변신, 은둔중이라거나 탁월한 변장술과 은신술로 독자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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