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려는 대우그룹과 빈사지경에 빠진 투신사 2개를 되살리는 데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의 나라 돈 수조원을 또 쏟아붓게 됐다. 이 방법이 사태수습의 최선책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 빚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중앙정부 및 지방 자치단체가 걸머진 국가채무가 111조원에 달해 2년여 전보다 두배를 넘어섰고, 금융 구조조정등을 위한 공적자금 조성용으로 발행된 채권에 대해 정부가 빚보증을 선 보증채무 규모가 80조원에 이른다. 내년에도 정부는 적자살림을 메우기 위해 11조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대우사태 처리과정이 보여주듯이 내년에도 「금융 구조조정과 개혁완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이 쓰이게 될지 알 수 없다.
외환위기로 인한 금융대란과 대형 실업사태등을 헤쳐나가기 위해 나라 빚이 불가피했고, 그 결과 각종 거시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위험수위에 처한 나라 빚의 실상과 문제점을 정부와 국민이 함께 직시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일부 당국자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비율상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우량하다며 느긋한 태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인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관리들은 2년 전 외환위기의 먹구름이 코앞에 와있는지도 몰랐다.
정부는 내년에도 적자예산 편성을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치밀하게 짜여졌는지 자성해봐야 한다. 지난해 정부예산 집행에 10조원의 낭비가 있었다는 한 시민단체의 백서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반박할 증거와 자신감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의 각성도 필요하다. 올 상반기 가계저축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1% 포인트 떨어져 최근 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에 자신의 씀씀이를 뒤돌아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해외여행 붐과 백화점 경기과열이 재연되는 등 과소비 증후군이 다시 일고 있다. 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들이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나라 빚이 이런저런 경로와 형태로 시중에 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키로 한 것은 미약하나마 올바른 선택이다. 각종 조세개혁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처럼 이 법안 역시 도중하차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인과 정부 국민 모두가 나라 빚의 위험성에 대한 무감각증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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