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보세요. 모자지간의 인연을 아예 끊어놓고 말테니까요』26일 KBS 스튜디오 「왕과 비」 녹화 현장. 중전 윤씨 역의 김성령은 친정어머니 서씨 앞에서 가시돋친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 연장 방영으로 8월께 투입된 김성령은 여걸 인수대비(채시라)에 맞서 바야흐로 권력쟁탈전을 펼치며 극적 흥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주부터 연산군의 탄생을 계기로 인수대비와 중전의 본격적인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홀로 술잔을 들이키며 광기마저 흐르는 웃음을 터뜨리는 인수대비. 『내가 당신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어』라며 내뱉는 중전. 팽팽한 심리전이 점입가경이다.
애초 인수대비에 맞설 파워를 내뿜을지 우려되기도 했지만, 김성령의 가냘픈 몸에서 나오는 독기는 중전 윤씨의 양면성을 강렬히 표출하고 있다.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는 주위의 말을 들을 때면 내심 뿌듯하다.
그동안 출연은 계속 했다. MBC 「대왕의 길」, SBS 「승부사」, KBS 「종이학」, 단막극 등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썩 눈에 띄는 배역은 아니었다. 이번 출연은 95년도 KBS 「조광조」 출연으로 맺은 정하연 작가와의 인연 때문이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김씨의 연기로 24일 일요일 시청률이 27.9%까지 올라 상승세를 타고있다. 여인네들 간의 손에 땀을 쥐는 승부로 다시 사극 앞으로 주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연출을 맡은 윤용훈 PD는 『이제 올라가는 시청률은 다 김성령씨가 모으는 거다』고
미스 코리아 출신답게 현대적인 세련미와 함께 단아하고 고풍스런 멋을 지니고 있어 한복이 썩 잘 어울린다. 몇년전 한 잡지사에서 실시한 한복 콘테스트에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대상은 채시라.
11월말께 중전 윤씨는 권력 다툼에서 밀리고 질투심과 포악한 성격으로 탄핵받아 폐비가 되고 결국 사약을 받게 된다. 역사는 생모의 죽음을 알게된 연산군이 조정에 피를 뿌리고 인수대비는 그의 머리에 받쳐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독한 모습만 보여주고 빠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연기영역을 새롭게 확장한 뜻깊은 프로로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3년전 결혼해 부산에서 살고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촬영차 서울에서 머물고 금요일 부산으로 내려가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고. 아직 아이가 없지만 「왕과 비」가 끝나면 가져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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