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 컷도 손대지 않겠다」던 장선우 감독의 고집을 꺾고 5분을 자진삭제, 2차 심의에 제출한 「거짓말」이 27일 또다시 등급보류판정을 받았기 때문. 30일 개봉을 「기대 반, 확신 반」했던 제작사와 극장주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제작사는 서울 25개등 전국 92개 극장에 배급을 결정, 88벌의 프린트를 준비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개시했었다. 등급보류결정이 나자 단성사는 주말 개봉 4주차를 맞는 「주유소습격사건」을 뒤늦게 걸기로 했고, 동아극장은 흥행이 부진한 「러브」를, 씨네하우스는 당초 계획에 없던 새영화 「블레어 윗치」와 지난주 다른 극장에서 개봉했으나 반응이 신통치않은 「미키 블루 아이즈」를 각각 주말부터 올린다. 한바탕 난리.
그러나 「거짓말」의 30일 상영이 불발됨에 따라 안도의 숨을 내쉬는 쪽도 있다. 11월 13일 개봉예정인 「텔미썸딩」, 이어 예정된 「해피 엔드」는 일단 「최대의 화제작」을 피하게 됨으로써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 11월 중순 이전 열릴 영화등급위 전체 회의에서 보류기간(1-3개월)이 얼마로 결정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월 개봉 예정인 「주노명 베이커리」 「반칙왕」 「춘향전」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거짓말의 두번째 등급보류는 「표현의 자유」 및 「스크린 쿼터」에 대한 논쟁을 또다시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민예총은 일일문화정책동향을 통해 『30일 개봉이 불발됨에 따라 스크린쿼터를 채우지 못하는 극장이 속출할 것』 이라는 투자사 한맥영화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또 9월 16일 「비디오물에 대한 사전심의 조항과 벌칙조항이 위헌」이라고 판시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 나온 「거짓말」의 재차 등급 보류는 「실제적 검열이며 이는 위헌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논리를 폈다. 「거짓말」 논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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