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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한 유학생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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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한 유학생의 깨달음

입력
1999.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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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36)씨. 「장미빛 인생」(95년) 「금홍아 금홍아」(96년) 「축제」(97년)의 시나리오를 쓴 주인공이다. 첫 작품 「장미빛 인생」으로 대종상(각본상)까지 탔다. 지난해에는 단편 「터틀넥스웨터」의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꿈은 감독. 그 준비를 위해 그는 지난해 가을 미국 LA로 유학을 갔다. 전공을 영화연출로 선택한 것은 당연했다.그런 그가 1년만인 8월 전공을 바꿨다. 지금은 USC필름스쿨 대학원에서 시나리오(Screenwriting Program)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으로는, 아시아에서는 혼자이며, 이전에도 전무했다고 한다. 감독의 꿈을 포기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가 생각한 것은 「기본」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드라마 구조부터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겨우 석달. 그는 네러티브(Narrative)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있었고, 연극과 영화에서 영원불변의 기본임을 절감했다. 그것은 감각이나 재능이 아니라 수학이자 과학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미드나잇 런」 「워터프론트」 같은 할리우드 고전들을 다시 보면서 교수들과 시퀀스, 신 등을 분석하면서 시나리오가 어떤 구조와 원칙으로 쓰여졌는지 확인했다. 네러티브가 무너진 영화처럼 보이는 「트렌스포팅」 조차 미학적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그곳에는 영화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드라마 구조를 완벽하게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너무나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듣지 못했고, 이런 과학적인 방식으로 쓴 시나리오를 본적도 없었다. 자신이 시나리오를 쓸때 답답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영화를 많이 본 이야기 감각으로만, 전체구조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다. 미국으로 가기 전 동숭아트센터에서 한달반동안 영화지망생에게 시나리오 강의를 한 것이 부끄러웠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의 네러티브의 원칙을 정리하고, 그것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가 말하는 시나리오의 기본은 3장 8시컨스. 그것이 관객에게 긴장을 주도록 치밀한 구도를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시나리오는 관객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긴장을 경험시켜야 한다. 관객이 영화와 1분이상 떨지게 하면 실패다. 우리영화도 관객을 생각한다. 그러나 공산품의 소비자처럼 영화관객을 이해해 소재만 따진다. 드라마 구조안에서 관객을 끌어당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는 「쉬리」에서 마지막 최민식의 절규 장면이나 「유령」에서 영화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최민식이 강하게 부각되는 것 모두 구조적으로 그것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우리영화는 스타일과 테크놀로지를 숭배한다. 아직도 감독이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시나리오를 쓸 수 있고, 맘에 안들면 대충 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부터 다시 배우자.

LA에서/leedh@hk.co.kr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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