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의 마녀(Blair Witch). 미국 매릴랜드주 버킷스 마을에 200년동안 전해내려오는 전설이다. 1940년에도 마녀에 의해 아이들이 집단죽음을 당했다. 마을사람들은 공포에 질러 그때의 사건을 말하기 싫어한다.대학 영화학도인 헤더, 마이크, 죠쉬(영화에서도 실명으로 등장)가 이 마녀의 전설을 추적한다. 그러나 그들은 실종되고, 그들이 찍은 필름은 1년뒤에 발견된다.
「블레어 윗치」는 3불(不)의 영화다. 부정직하고, 불편하며, 불친절한. 이 말은 뒤집으면 기발하고 교묘하며, 관습적 장르를 탈피한 새로운 영화라는 얘기. 「블레어 윗치」는 세명의 영화학도가 8일동안 16㎜와 비디오카메라로 담은 내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그들이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인터뷰, 마녀의 실체를 담으려는 노력, 마지막 헤더가 죽으면서 떨어뜨린 카메라가 멈출 때까지.
하나의, 그것도 일체의 편집이나 조작이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다큐멘터리」이다. 끝까지 공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고, 마녀의 존재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겨 놓는다.
극적 구성이나 정교한 촬영, 줄거리를 배제했다. 화면은 등장인물들이 들고 돌아다니며 찍은 것이기에 눈이 아플만큼 시종일관 흔들리고, 현장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세트나 조명을 쓰지 않아 분간조차 할 수 없는 화면도 반복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조작된 것이라면? 「블레어 윗치」는 철저히 계산된 영화다. 전설부터 사건, 등장인물 모두가 완벽한 각본이다.
신인 엔두아르도 산체스와 댄 미릭감독은 35만달러(약 4억2,000만원)를 들여 이 기발하고 새로운 공포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른 채널(인터넷, 케이블TV)을 통해 사실과 허구를 혼동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영화 자체만으로 보면, 영화의 진실을 알면 아주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이 한편이 미국에서 선풍을 일으켰다.
7월 개봉해 제작비의 400배인 1억7,000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아직까지 상영중이다. 「타임」과 「뉴스위크」지는 커버스토리로 『시대흐름을 바꾼 영화 계보중 가장 참신하고 신비스런 작품』이라고까지 격찬했다.
「블레어 윗치」는 기존의 「스크림」이나 「나이트 메어」같은 시각적 공포에 의존하는 영화와는 분명 다르다. 살인장면이나 피 한방울 보여주지 않으면서 극도의 공포감을 살린 새로운 심리스릴러이다.
관객에게 공포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란 장르를 절묘하고도 철저하게 이용한 「완벽한 사기극」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방법도 죄가 아닌 칭찬이 된다.
30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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