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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씨 부인] 오전 외출, 자수 미리 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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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씨 부인] 오전 외출, 자수 미리 안듯

입력
1999.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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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1) 전경감의 부인 신모(60)씨는 28일 오전 남편의 자수를 미리 알고 있었던 듯 평상복을 갈아입고 외출했다.여느때 같으면 오전 9시께 미용실에 나와 문을 여는 신씨의 모습을 이날은 볼수 없었지만 이날 오전 어디론가 총총히 발길을 재촉하는 신씨의 얼굴은 다소 상기돼있었다고 인근 주민들은 전했다.

신씨의 미용실에서 8백여m 떨어져 있는 둘째아들(38)의 낡은 슬래트 단층가옥은 썰렁했으며, 힘들게 만난 둘째아들의 창백한 표정에는 아버지 때문에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이 짙게 묻어있었다.

둘째아들은 `아버지의 자수 소식을 아느냐'는 질문에 "뭣때문에 왔는지 알지만,나는 할 얘기가 없다"면서 "자꾸 귀찮게 하지 말고 돌아가라"며 문을 닫았다.

인근 주민들은 11년전 밤샘 근무를 밥먹듯하며 한달에 한두번 집에 오던 이씨가갑자기 `수배자'로 바뀌어 아예 눈앞에서 사라진 뒤 신씨와 세 아들에게는 그야말로고통의 나날이었다고 전했다.

`고문기술자'의 아들로 낙인찍혀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큰아들(41)은 요즘 지방에서 조그만 연구소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둘째아들(38)은 심한 당뇨로 실명위기에 놓여 4년전부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용두2동 집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으며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늦둥이막내(24)는 경기도 파주의 모부대에서 현역병으로 군복무중이다.

이날 오후 9시30분께 이 전경감이 자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자 셔터가 굳게 닫힌 미용실에서는 전화벨 소리가 몇차례 울렸다가 끊어졌을 뿐 미용실은 싸늘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주민들은 "평소 신씨가 `남편이 94년 큰아들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그동안 한번도 연락이 없었다. 남편이 나타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미장원을 계속하겠다'는 말을 자주 되뇌이곤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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