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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섭 9집] 옛사진처럼 정겨운 의도된 복고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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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섭 9집] 옛사진처럼 정겨운 의도된 복고발라드

입력
1999.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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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요. 20세기 발라드는 이런 것이었다, 이런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정도를 가늠하기는 어려워도 변진섭은 87년 데뷔 이래 발라드가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데 한 몫을 한 명백한 발라드 가수이다. 그가 1년6개월여만에 새 앨범을 냈다. 9집 「20B」. 20세기 발라드라는 뜻이다. 여름 꼬박 곡작업을 했다. 물론 연초 시작한 의류사업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초보」일수록 깊이 빠진다는 골프에 맛을 들인 탓도 있지만 이번 앨범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디자이너와 마케팅 담당 직원 8명의 의류업체 「소나비」를 운영하는 일보다 어쩌면 더 쉽지 않았다. 「옷에 대한 관심도, 가족들에게 뭔가 남겨 주고 싶어 겸사겸사 만든」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일은 그에게 『돈버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데뷔 직후 큰 인기를 얻었던 그에게 『그 때 벌었던 돈은 「운명적」으로 번 것이어서 별 실감이 나지 않는 돈』이었다. 그러나 뭔가를 만들어, 돈을 번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다.

그러나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제작하는 과정은 또다른 어려움이다. 8집이 이전 만큼 성공하지 못한 때문은 아니다. 『더 이상 발악할 필요는 없다』는 게 지론이다. 이젠 뭔가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세월이 주는 힘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새 음반 「20B」는 그사람 만큼이나 차분하고 저력이 있다. 현악 반주가 부드러운 머릿곡 「마지막 편지」(김기호 작사·변진섭 작곡)는 「이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이지만/이것만은 알아주길 바래/이세상이 끝나는 그순간까지도/내 맘속엔 언제나 너하나 뿐이란 걸」. 어지보면 80년대 발라드를 듣는 듯 고전적이다. 『일부러 그렇게 해봤어요. 의도된 복고라고 할까요. 세련된 느낌 보다는 「변진섭」을 느낄 수 있도록』. 철저히 어쿠스틱 중심으로 악기를 편성한 그의 음반은 오래되지 않은, 그러나 지난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처럼 정겹다. 기계음을 비교적 많이 사용한 「굿바이」는 파격. 「12월10일」(작사·작곡 변진섭)은 생일축하의 노래이다. 「작은 선물이 그토록 고맙다고 하면서/내뺨에 입맞춤하던 너/지금쯤은 뭘하고 있을까」. 애상적 발라드다.

「그사람」(정소녀 작사·최병걸 작곡)은 어릴 적 들었던 몽롱한 멜로디의 듀엣곡을 그홀로 리메이크한 곡이다. 세련된 코드진행에 매료됐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리메이한 곡인데, 80년대를 기억하는 곡이다.

비교적 보컬이 강렬히 전반으로 튀어나와 힘이 느껴지는 「노을 무렵」은 그가 시도한 일종의 파격인데 멜로디 라인이 선명하고 가창력도 돋보이는 곡.

무엇인가를 곡 정리해야 할 것 같은 99년 가을. 그의 음반은 그런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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