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의 분수령이 될 5차전을 앞두고 한화와 롯데 양팀의 각오가 대단하다. 1승만 더하면 창단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게되는 한화는 그동안 4차례 좌절의 한을 이번에는 반드시 풀겠다고 다짐한다. 1승3패의 롯데는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자세로 막판 추격을 벼르고 있다. 28일부터 잠실벌에서 펼쳐질 5~7차전은 양팀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총력전을 펴며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한화
이희수감독은 『「몇차전서 끝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의사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속내에는 「5차전에서 끝내야 한다」는 각오가 숨어 있다. 4차전 역전승의 기세를 몰아 5차전서도 지친 「거인」을 KO시킬수 있다는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구태여 6-7차전까지 끌려가 추격의 빌미를 주진 않겠다는 속셈이다. 이감독의 이런 구상은 3차전의 용병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7회말 2-2동점을 이루자 곧바로 「구원불패」 구대성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무리수라는 지적까지 들으면서 구대성을 3게임 연속 등판시키며 속전속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더욱이 4차전에서도 구대성을 9회초 마운드에 올려 결국 승리를 움켜쥐었다.
송진우가 선발로 나서는 5차전서도 중반 이후 리드를 잡거나 동점을 이룰 때면 예외없이 구대성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송진우 또한 2차전을 승리로 이끈 데다 노련미넘친 피칭을 보여줘 롯데타선을 제압해줄 것으로 이감독은 믿는다. 타선에서는 타격감각을 되찾기 시작한 데이비스 등 타자들이 이미 지친 기색을 보이는 롯데 마운드를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에 하나 6, 7차전까지 가더라도 마운드 운용에 여유가 있어 롯데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롯데
김명성감독은 『남은 전력을 모두 쏟아 총력전으로 맞서겠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감독의 머리속은 복잡하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때처럼 기적적인 대역전극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공교롭게도 한국시리즈도 1승3패로 뒤져 있는 양상은 플레이오프때와 같다.
또 한번의 기적을 위한 관건은 역시 5차전. 5차전만 넘기면 주도권은 롯데에 넘어온다는 것이 김감독의 구상이다. 이 경기에는 선발 문동환을 비롯, 여차하면 기론 손민한 등 주력급 투수들을 모두 내세울 계획이다. 포스트시즌 들어 문동환이 비록 승수를 하나도 못챙기고 있지만 최근 컨디션을 회복해 에이스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4차전서 호투한 손민한과 3차전 승리의 주역 기론이 이끄는 계투진도 든든하다.
타격에서도 송진우 구대성이 이끄는 한화마운드를 이제는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3차전서 구대성에게 한점을 뽑아내며 승수를 챙긴 것처럼 타자들이 구대성의 볼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냈다는 것이 김감독의 평가. 5차전을 이기고 나면 그동안 안정됐던 한화투수진이 쫓기는 입장이 돼 흔들리기 시작하고 이는 타선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김감독은 예상한다.
박원식기자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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