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수첩에 나와있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약력은 「서울고검검사, 국가안전기획부 제1차장, 변호사」로 기록돼있다. 안기부 경력은 제1차장만으로 돼있지만, 그의 안기부 생활은 83년부터 95년까지 무려 12년에 달한다. 검사 생활은 8년에 그쳐, 사실상 「안기부 맨」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정의원은 안기부 시절부터 공작시비의 한 복판에 서있었다. 83년 법률담당관으로 시작, 84년 제1차장 법률담당보좌관, 85년 대공수사국 수사2단장, 88년 대공수사국장, 92년 수사차장보, 94-95년 제1차장으로 승진하면 할수록 그 주변에는 용공조작시비도 커졌다. 안기부의 월권이 비판의 초점이 되던 5공, 6공때 안기부의 요직을 맡았던 정의원이 야당의 투사로 변신한 현실을 놓고, 아이러니한 정치유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88년 대공수사국장을 맡은 이후 「문익환목사 방북사건」「서경원 방북사건」「김낙중 간첩사건」「이선실 간첩사건」 등 야당과 관련된 대공사건을 다루었다. 정의원은 이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어김없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입의혹을 제기했으며 「서경원 방북사건」 때 서씨를 직접 고문한 혐의로 최근 서씨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정의원은 15대 총선에서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더욱 김대통령의 「색깔」을 문제삼았다. 97년 2월 「황장엽 리스트」가 문제됐을 때 정의원은 『리스트에 DJ 주변인사가 포함돼있다』고 주장했고 「오익제 월북사건」 때는 김대통령의 사전 인지설을 제기했다. 또 대선을 앞두고 터진 「북풍사건」에도 그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대두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그는 「판문점총격요청사건」을 고문조작사건으로 희석시키는데 기여했으며 고관집절도사건, 옷로비의혹을 쟁점화하는 데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런 정의원에게 「친정」인 안기부에서는 『직무상 기밀을 악용한다』는 비판을 던지고 있으며 현 여권은 『거짓과 과장으로 치고빠지는 공작정치의 대가』라고 비난한다. 실제 정의원은 옷로비의혹 청문회에서 「라스포사 팜프렛」이라며 A4용지를 들고나왔다가 라스포사 사장으로부터 「사실이 아니다」는 항의를 받았고, 『사직동팀 내사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블러핑』이라고 발을 뺐다. 그는 또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 국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리의혹을 제기했다가 『확인안됐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취소하기도 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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