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전 청와대정무수석이 27일 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함에 따라 정의원이 국회에서 폭로한 문건의 출처와 작성·전달경위, 법적 책임 유무 등이 검찰수사로 가려지게 됐다.이번 사건은 정의원 주장의 진위여부와 함께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한계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어 검찰의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86년 국회 본회의 국시(國是)발언으로 기소된 유성환(兪成煥)전의원의 경우 92년 대법원에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97년11월 국회 예결위 질의에서 신당창당 자금 발언을 해 당시 국민신당으로부터 고소당한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의원에 대해 검찰은 면책특권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결정을 했다.
그러나 다수 헌법학자들은 국회내 발언이라도 허위사실인 줄 알면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소할 목적으로 발언을 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문건을 이 전수석이 작성했다는 정의원 주장이 사실인지, 사실이 아닐 경우 정의원이 이를 알고도 고의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에 수사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나 정의원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더라도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원은 벌써부터 검찰수사에 불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전수석측은 이같은 면책특권 논란을 감안해 정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에서 한 발언 뿐 아니라 26일 기자들에게 『이 전수석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문서를 작성했으며, 사무실의 컴퓨터와 프린터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 부분까지 고소내용에 추가했다. 검찰이 국회 본회의 발언만으로 「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또 정의원 외에 「성명불상」의 문서 작성·전달자를 공범으로 함께 고소, 검찰이 좋든 싫든 사건의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서 작성·전달자 처벌여부는 『문서작성 및 전달 목적 등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수석은 고소장 접수와 함께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당장이라도 조사에 응할 뜻이 있음을 밝혀 조만간 관련자 소환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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