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들이 해외출장을 가면 가장 즐거운 일 중의 하나가 그 나라의 방송을 여과없이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6월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한 취재차 프랑스에 갔을 때도 밤이면 호텔방에 누워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며 프랑스 방송을 섭렵했다.프랑스에는 많은 채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방송과 비교해 보았을 때 너무 재미가 없었다. 대부분 채널에서는 토론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고, 심야시간대로 갈수록 영화의 비중이 높았다. 우리처럼 진행자가 우루루 나와 요란한 몸짓과 아기자기한 수다(?)로 채워지는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재미없는 방송을 이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2-3시간씩 꼬박 시청하는 이유 중 가장 으뜸은 「재미」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방송을 재미없게 만드는 프랑스의 PD들도 시청률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한다. 다만 스스로 공중파 방송이 가져야 할 규범을 지니고 있다. 시청자들의 입맛 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방송은 솔직히 너무 재미있다. 최근 각 방송사마다 교양 프로그램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그나마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가기 일쑤이다. 동일 시간대에 방송되는 교양 프로그램과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거의 2~3배의 차이가 날 정도다. 그럼에도 시청자 단체는 꾸준히 교양 프로그램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물론 시청률이 방송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것이라 전제할 때, 도대체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전부 다 재미있는 방송만 나오니까 시청자들의 입맛이 그렇게 길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같은 방송환경에서 혼자만 프랑스 PD처럼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 PD는 당장 경쟁력 없는 사람으로 도태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재미없는」 방송도 필요하다. 우리는 프랑스의 PD들이 왜 꾸준히 「재미없는」 방송을 만드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BS 남상문 PD·「그것이 알고싶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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