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동안 약용식물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파 온 학자의 집념이 노인성 치매를 치료, 예방할 가능성이 높은 천연물질 분리라는 결실을 맺어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무려 200만달러(약 24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서울대 약학대학 김영중(金榮中·53·사진)교수가 그 주인공으로 NIH의 지원을 받게 된 연구과제는 「생약기원 신경보호물질의 개발」이다.
최근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사회문제화 하고 있는 알츠하이머씨병(노인성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우리나라 천연자원에서 추출, 개발하는 것이다.
국내 대학교수가 미국 정부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일은 극히 드문 일로 지난 2년간 서울대 전체에 지원된 해외연구비 규모는 33만달러였다.
김교수는 80년대 후반 신경독성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로부터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탁월한 물질을 우리나라 자생식물에서 분리하면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94년께부터는 신경세포 재생을 연구하는 미국 메릴랜드 대 오태환(55) 교수와 함께 정확한 작용기전을 밝혀냈고 그 연구결과를 NIH로부터 인정받아 신약개발 때까지 5년간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김교수는 『최근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와 미국 국책연구소에서 신약물질로 동양의 약용식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우리나라 천연동식물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국내 제약회사들이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68년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 76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영양과학을 전공하고 이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78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김교수가 이끄는 생약학연구팀은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약초원에서 한국 특산 자생식물과 생약학적 가치가 높은 식물을 중심으로 연구에 몰두해 왔다.
89년부터 가꿔온 약초원은 400여종 이상의 약용식물 엑스(엑기스)와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게 표준화시킨 약용물질을 200여개 보유해 세계 수준을 자랑한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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