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은 정신과 질환인가 아니면 내과 질환인가. 서울 A병원이 만성피로증후군 전문 치료병원을 자처하며 내과차원에서 접근, 진료비를 보험비급여 처리해오자 환자 60여명이 병원측을 상대로 집단 형사 및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논란을 빚고있다.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유모씨 등은 최근 서울지법에 이 병원장 B씨를 상대로 2억여원의 부당 진료비를 반환하라는 민사소송과 함께 병원측이 엉터리 진료를 했다며 형사소송을 냈다.
문제의 발단은 96년 상반기 개원한 A병원이 인터넷과 각종 광고를 통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을 유치했으나 의료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비급여로 진료비를 받으면서 비롯됐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은 6개월이 넘도록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데다 1주일에 2만5,000-10만원이나 되는 진료비에 의심을 품고 복지부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실태를 조사한 결과 A병원이 현재 피로증후군이 신경쇠약증에 포함됐는데도 비급여로 처리하면서 월 5,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고 보고 이달초 B씨에 대해 자격정지 4개월 처분을 내렸다. 대한의사협회도 B씨가 사용하는 만성피로증후군 치료방법이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라는 결론을 내린 뒤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B씨는 이에대해 『만성피로증후군은 신경쇠약증과 전혀 성격이 다른 질환』이라며 『내과질환 치료와 함께 비급여 처리는 당연하다』고 반발, 법원에 자격정지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정면 대응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는 별도 질환으로 구분되지 않은 만성피로증후군의 성격을 규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법원의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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