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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뢰더 상처뿐인 집권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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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뢰더 상처뿐인 집권 1년

입력
1999.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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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집권 1주년을 맞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사민-녹색당 연립정권이 치적(治績) 자랑은 엄두도 못내고 정권유지 가능성조차 의심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니트 인슈티투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3분의2가 슈뢰더 총리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 경제인은 무려 83%가 불만이다.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사설에서 『총선에서 승리한 정권이 이렇게 빠르고 심각하게 지지를 잃어가고 있는 일은 처음』이라고 썼다.이에 대한 독일 언론과 정가의 분석은 한마디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것이다. 「신(新) 중도」(Neue Mitte)를 기치로 16년만에 헬무트 콜 기민-기사당 연합 정권을 밀어내고 최초의 전후세대 총리로 화려하게 등장한 슈뢰더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너무나 컸다. 슈뢰더 자신도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개혁을 통해 독일의 미래를 보장하겠다』고 거창하게 공약했다. 그러나 긴축정책을 통한 복지삭감과 법인세 삭감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그의 정책은 단기에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부푼 꿈을 지녔던 국민은 고통으로 받아들였고 지지율이 급락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가 『그의 말에는 구체적 내용이 결여돼 있다』라고 촌평한데서 드러나듯 슈뢰더의 「마구잡이식」 정치스타일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헤센 자를란트 브란덴부르크 튀링겐 작센 베를린 등에서 올해 차례로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지방의회 선거에서 집권 사민당은 6전6패를 기록했다. 사민당 내에서는 신중도 노선에 반발해온 오스카 라퐁텐 전 당수 겸 재무장관을 필두로 하는 좌파가 선거책임론을 거론하며 노선수정을 요구하고 있어 내홍(內訌)도 겹쳤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과의 갈등도 불안요소다. 처음으로 집권에 가담한 「재야 체질」의 녹색당은 핵 발전소의 즉각 폐쇄, 자기부상열차 계획 중지 등을 요구해 사민당과 파열음을 냈다. 녹색당도 당의 선명성이 걸린 정책사안에서 자꾸 양보하는 바람에 지방 선거에서 표도 잃고 당내 결속력도 떨어졌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집권 1주년 전야에도 독일제 레오파드2 탱크를 터키에 수출하는 문제로 격돌했다. 터키의 쿠르드족 탄압을 이유로 녹색당이 반대하고 나서 국가안보회의에서 처음으로 표결 방식으로 처리됐다.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의 내년 2월 선거, 특히 최대 인구(1700만)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5월 선거가 벼랑끝에 선 슈뢰더 정권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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