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망치질로 이뤄낸 물질 속의 생명성…31일까지 박영덕 화랑에서 펼쳐질 김유선 경원대학교 미술대 환경조각과 교수의 개인전은 딱딱하기 짝이 없는 동판이 얼마나 생동감 넘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모두 14점이 전시된다.
『과거 작품이 형태 그 자체였다면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은 여기에 생명성을 불어넣은 것들입니다』
두꺼운 동판을 잘라내 구부리고 두드리고 용접해 만들어 낸 수공예적 과정은 요즘 대부분 조각가들이 즐기는 브론즈 작업과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조각가들이 원형을 만든 후, 주조공장에서 틀을 떠 브론즈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거쳐 「조각품」을 만들어 낸다면, 김씨의 동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손가락 힘으로 일궈낸 작품들. 섬세한 망치질로 작품 하나 완성하는 데 꼬박 2개월이 걸렸다.
작품 「Work 9902」이나 「Work 9901」 에서 보여주듯 그는 물질의 생명성을 표현하는데 응축과 팽창의 힘을 이용했다. 흡사 새로 솜을 틀어서 만든, 부풀어 오를대로 오른 이불을 개켜 놓은 듯, 아니면 공기를 가득 불어 넣어 손톱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터질 듯 부푼 가죽 쿠션이나 방석의 형태로 묘사한 팽창의 힘은 바로 조각가가 의도한 생명성(Vitality)이었다.
수확을 기다리는 물오른 과실 열매처럼, 폭발 직전의 풍선처럼 팽창돼 놓여있는 작품들은 곧 물질의 탄력성을 연상케한다. 지금 비록 육중한 부피를 지녔지만 생명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 부드러운 물질의 속성은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수축도 가능할 것이란 느낌. 망치질의 오묘함이었다. 바늘로 기운 듯 보일 정도의 깔끔하면서도 자연스런 마무리와 세련된 색채 처리는 작가가 순수조형을 추구하면서도 결코 닫힌 형태의 작품은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평론가 최태만씨는 『그의 작품에서 의미는 자율성과 개방성』 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유행하는 설치미술이나 개념미술은 아니었지만, 형태 자체에 물성을 부여하는 순수조형의 세계는 장인정신의 깊은 맛을 선사하고 있다. 6년만에 갖는 세번째 개인전. 서울대미대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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