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3,000년동안 빙하 속에 잠든 매머드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22일 시베리아 북부 타이미르반도에서 47살짜리 매머드가 거의 원형에 가까운 형체로 얼음속에서 발견됐다. 다국적 발굴단인 매머더스팀은 매머드에서 DNA나 정자를 채취, 1만년 전 멸종된 동물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웅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원시모기의 몸속에 남아있는 공룡의 피에서 DNA를 채취, 공룡을 재현하는 영화 쥐라기 공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쥐라기 프로젝트」는 과연 가능한가
매머드의 정자가 남아있다면 아프리카코끼리의 난자와 수정해 잡종을 만들고, 교배를 거듭해 매머드에 가까운 종을 되살린다는 것이 발굴단의 계획이다. 매머드와 아프리카코끼리는 유전적으로 단 5%의 차이만 있다.
일단 매머드가 시베리아 동토라는 천연냉동고에 보관된 사실이 가능성을 열어준다. 최근에도 동물을 인공수정할 때 미성숙정자를 채취, 부동액 역할을 하는 글리세린을 넣어 얼어터지지 않도록 한 뒤 영하 196도로 급속냉동했다가 녹여쓰는 방법을 쓴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교수는 『영하 20도만 돼도 보존이 잘 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빙하 속에 빠져죽은 매머드라면 급속냉동보존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머드 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의 이리타니교수는 이미 죽은 소의 정자를 채취, 수정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한 연구자가 주장한 것처럼 이 매머드가 뼈와 가죽뿐이라면 꿈은 수포로 돌아간다.
또 다른 방법은 매머드의 온전한 DNA를 찾아 체세포복제방법을 쓰는 것. 복제양 돌리, 한국의 복제소 영롱이와 마찬가지로 정자가 필요없다. DNA가 수만년정도는 보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연결고리가 빠짐없는 완전한 DNA를 찾는 것은 운이 따라야 한다. 또 매머드처럼 몸집이 큰 경우엔 태아를 기르고 낳을 대리모를 찾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살과 가죽이 남아있는 멸종동물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매머드의 사체를 고스란히 발굴했다는 것은 멸종동물 연구에 획기적이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이융남(李隆濫)박사는 『고생물학이 뼈의 구조를 중심으로 비교해부학적 연구에 머물고 있어 근육, 장기, 위내용물등을 분석할 수 있다면 운동양태, 식생활, 암수의 차이등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에 발굴된 매머드가 97년 처음 발견된 뒤 발굴팀은 발굴, 운송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사체가 묻힌 위치와 크기를 정확히 측정한 뒤 녹지 않도록 주변의 얼음까지 총 23톤을 통째로 파냈다. 이를 헬기로 320㎞ 떨어진 타탕가 냉동터널로 운반했다.
■매머드는 왜 멸종했을까
매머드는 300만-400만년동안 유라시아, 아메리카등지에 널리 퍼져 살았다. 공룡이 멸종한 뒤 지구는 「포유류의 시대」였고 매머드는 몸집이 큰 데다 송곳니와 코가 강력한 무기여서 천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1만년 전 멸종했다.
첫번째 이유는 기후변화때문. 1만년 전 지구의 기후는 간빙기를 맞아 훨씬 따뜻하고 건조해졌다. 추운 기후에 적응했던 매머드에겐 서식지가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유독 한 종만을 멸종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융남박사는 지적한다.
80년대 이후 새로운 이론이 제기됐다. 기원전 1만년-9,000년께 매머드의 강력한 포식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바로 인간의 조상-고인류다. 돌도구를 사용한 이 솜씨좋은 사냥꾼은 매머드 멸종에 큰 몫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머드를 멸종시킨 인간이 이제 매머드를 되살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매머드 어떤동물
현존동물 중 매머드와 가장 가까운 사촌은 코끼리. 흔히 매머드가 코끼리로 진화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보다는 공통조상을 가졌다는 편이 맞다. 분류학상으로 매머드는 코끼리과에 속하며 코끼리과와, 역시 멸종한 매스토돈과가 장비목(張卑穆)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매머드와 코끼리는 300만-400만년간 공존하다가 따뜻한 기후에 적응한 인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는 살아남고 매머드는 사라졌다. 이밖에 먼 사촌지간은 놀랍게도 바다소(海牛), 돌고래와 비슷한 듀공, 아프리카 열대에 사는 바위너구리등이다.
매머드의 특징이라면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큰 덩치다. 어깨까지의 키가 2.7-4.2m, 몸무게 7-10톤정도로 코끼리보다 조금 큰 편이다. 매머드는 하루 20시간은 먹는 데 소일했다. 6톤정도의 어른 매머드는 하루에 90㎏의 풀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대로 올수로 크기가 작아져 염소만한 것도 발견되는데 먹이가 줄어든 탓으로 추정된다.
코끼리보다 길고 굽은 모양의 송곳니도 특징. 발견된 송곳니중 가장 긴 것은 4.8m나 됐다. 매머드의 상아는 중세때부터 북아시아의 주요한 교역물이었고 러시아에서는 현재까지 그렇다.
■멸종은 왜 일어나나
생물종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것이 진화의 역사다. 그러나 지구의 역사에선 한꺼번에 많은 생물들이 없어지는 대량멸종이 4억년 전부터 650만년전까지 5차례 있었다. 종의 3분의1 이상이 줄거나,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던 포식자들조차 무기력하게 죽음을 맞았다.
학자들은 대량멸종을 설명하는 몇가지 설을 내놓고 있다. 가장 인정받는 학설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해수면변화.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말의 대량멸종이 이러한 예다. 대표적으로 오르도비스기 말 빙하기가 시작되자 바다생물의 다수가 멸종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해수면이 낮아지고 이에 따라 바다생물들의 서식지인 연근해가 좁아지면서 바다생물에 타격을 받는 것이다.
빙하기에 접어들면 100만년사이 기온이 4도정도 내려가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는다. 기온이 4도가 떨어지면 지구생물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또한 기온변화에 따른 산소·이산화탄소의 농도변화는 식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안동대 이동진(지구환경과학과)교수는 『페름기 말의 대멸종을 야기한 것은 대륙의 이동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륙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초대륙 「판게아」가 되면서 역시 서식지인 연근해를 잃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설은 소행성 충돌. 80년 물리학자 루이 알마레즈가 공룡의 멸종이 이때문이라는 설을 내놓은 뒤 최근 일반 대중에게도 유행처럼 퍼졌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지진, 해일, 먼지구름을 일으킨다. 몇달, 몇년씩 대기를 가리는 먼지구름과 산성비는 덩치 큰 동물들의 먹이를 없애 죽게 만든다는 요지다. 이 시기의 암석에 지구에 흔치 않은(소행성에는 보다 흔한) 이리듐원소가 많이 함유돼 있다는 점, 엄청난 열과 압력에 의해 생성되는 석영구조가 눈에 띈다는 점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에 못지 않게 화산활동을 백악기 말 대멸종의 원인으로 꼽는다. 당시 화산활동에 대한 증거가 많고 화산이 폭발하면 맨틀층의 이리듐이 분출하거나 열기와 압력이 가해지는 극한조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종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이다.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자연은 스스로 생태계균형을 이루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선 매시간 3종, 매년 2만종이 사라진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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