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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저널] 영-불 '쇠고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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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저널] 영-불 '쇠고기 전쟁'

입력
199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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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농산물은 가라(No Frog Food)』 지난주초 수백명의 성난 영국인 농부들이 부둣가로 몰려가 프랑스산 쇠고기를 하역하려던 인부들을 몰아낸 이후 영국에는 지금 이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미 런던의 수퍼마켓에는 프랑스산 농산물이 사라졌다. 상인들은 보르도산 포도주와 치즈는 물론 바게트와 크로아상 등 프랑스 식품을 모두 치워버렸다. 심지어 프랑스의 대표적 생수 에비앙도 진열대에서 없어졌다.프랑스의 영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로 촉발된 양국간의 「쇠고기전쟁」은 200년전의 워털루 전투나 트라팔가 해전 못지않게 영불해협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전쟁의 영국측 사령탑인 닉 브라운 농림장관도 『프랑스의 쇠고기 금수조치는 불법』이라며 평소 즐기던 프랑스산 포도주와 치즈를 식탁에서 없애버렸다.

영국인들이 프랑스인들을 경멸할때 사용하는 「개구리(Frog)」라는 말까지 들먹이며 흥분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8월 유럽연합(EU)은 광우병때문에 96년이후 수입을 금지했던 영국산 쇠고기를 『안전하다』고 판정했다. 수입허가가 내려지자 EU 국가들은 일제히 영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했다. 그러나 프랑스만은 『아직도 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프랑스 연구소의 실험결과를 이유로 수입을 거부했다. 광우병으로 수십만 마리의 소를 도살, 막심한 손해를 본 영국 농부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역사적으로도 껄끄러운 민족감정이 있는데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농부들이 「국산품 애용(Buy Britain)」을 외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작 프랑스는 오불관언이다. 영국산 양고기와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수입이 EU 국가중 가장 많은데다 돼지고기와 햄 수입도 2위를 기록하고 있는만큼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이에는 이」로 응수하겠다는 태세다. 영불간의 쇠고기전쟁은 600년전에 벌였던 「백년전쟁」처럼 감정싸움의 양상을 띠며 확산될 전망이다.

파리=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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