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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읽고] 공정위 송하성과장 기고에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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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읽고] 공정위 송하성과장 기고에대한 반론

입력
199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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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칸나와 팔레푸 교수가 대부분의 개발국가에서 그룹경영이 왜 필요한 지를 설명한 논문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담당정책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 총괄정책과의 송하성과장이 한국에서 선단식 경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본보 21일자 6면). 그의 주장처럼 과연 선단식 경영이 한국의 기업, 특히 재벌의 경쟁력을 위해 불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그는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로 이루어진 그룹이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국내시장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또 선진국의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관련 다각화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벌들은 선단식 경영을 중단하고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하며, 국가경제에 폐해를 주지 않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세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본다.

첫째, 그의 주장대로 선단식 경영이 불필요할 정도로 국내시장환경이 변화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아직도 우리 경제는 관치금융에 의한 금융시장의 후진성, 노동시장의 경직성, 진입규제와 지원제도 등 어느 곳 하나 시장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분야를 찾기가 어렵다. 기업이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영환경이라면 그룹경영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재벌은 한국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며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뿐이다. 경영환경에 적합하게 적응한 결과인 선단식 그룹경영을 인위적으로 해체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임에 분명하다. 자생적인 것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그 분야의 경쟁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둘째, 선진국처럼 전문화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선진국의 기업이 전문화하고 있는 것은 제도적 환경이 전문화한 기업에게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을 규제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룹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경영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기업이 전문화했기 때문에 후진국의 그룹이 경영환경에 무관하게 전문화 형태로 변화할 수는 없다. 만약 제도적 여건과 시장환경이 선진국과 같다면 그 주장은 옳다. 그리고 그런 주장에 있기 전에 이미 기업가들이 그룹을 전문화형태로 바꾸었을 것이다.

셋째, 정부가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물론 그의 주장처럼 기업의 구조조정은 미래를 위한 절박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또 금융분야와 워크아웃에 있는 기업처럼 실질적으로 정부의 지배하에 있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경제논리에 충실한 방향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더욱이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에 무리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의 경쟁력은 규제와 정치논리에 의해 개선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성과를 개선하려면 경제논리에 바탕을 두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개혁의 대상은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낙후된 법과 제도, 규제로 일관하는 정부관리, 부패한 정치인이지 주어진 환경에 최적의 결과를 도모하는 기업이 아니다.

/최승노·자유기업센터 기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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