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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석전] 철심으로 수천만개 선그어 바람에 일렁이는 풀밭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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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석전] 철심으로 수천만개 선그어 바람에 일렁이는 풀밭묘사

입력
199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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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본성이 가르쳐 주지 않습니까」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맑은 것을 볼 수 있고,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11월 2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안병석 중앙대 교수의 개인전 「자연의 본성이 가르쳐 주지 않습니까」. 늘 자연과 교감하려 애쓰는 작가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배어있는 그림 55여점이다.

80년대 「바람결 시리즈」 로 미술계에 신선한 화제를 몰고 왔던 그가 11년만에 갖는 전시회.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10년전보다 훨씬 풍부해진 색감으로 지평선 가득히 넘실거리는 푸르고 누른 초원을 묘사하고 있다. 캔버스에 바탕색을 칠한 다음 붓 대신 뾰죽한 철심으로 수천만개의 선을 그어 이루어 낸 바람결의 형상은 작품 가까이서 보면 그저 직선의 집합체이지만, 조금만 발자국을 뒤로 떼면 중첩된 선은 바람에 일렁이는 풀밭이 돼고 갈대밭으로 변한다.

끊임없이 자연을 탐구하고, 경이롭게 바라보아 온, 그리고 내면화해 온 작가가 아니라면 결코 담아낼 수 없는 평화로운 작품들이다. 날마다 철심을 갖고 작업하느라 어느 막노동자보다도 험하고 새까만 그의 손톱은 장인만이 가질 수 있는 귀중한 증표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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