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김영현(23·LG증권)-「제왕」 이태현(23·현대)의 양웅체제로 다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인가.99산청장사씨름대회(28∼31일·산청체)는 「수구와 변화」의 갈림길에 선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포항대회에서 일기 시작한 2인자들의 심상치않은 모래판 반란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성공한 쿠데타가 될지, 찻잔속의 돌풍으로 끝날지」 판가름이 나게 돼 그 어느때보다 긴장감이 팽팽하다.
9월 포항대회는 「들소」 김경수(27·LG)의 화려한 부활과 「왕눈이」 염원준(23·강원태백건설)」의 돌풍, 신봉민(25·현대)의 선전이 어우러져 기존의 모래판 판도에 지각변동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 자리였다.
96년6월 강릉대회 이후 3년3개월만에 「장사 꽃가마」를 탄 김경수는 95년과 96년 천하장사에 올랐던 전성기 못지않은 파워와 농익은 기술을 선보였다. 『한물갔다』는 주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권토중래,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것. 한 씨름관계자는 『전성기의 김경수를 보는 것 같다. 김경수가 살아나 모래판이 더욱 재미있게 됐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염원준의 급성장은 기존의 강호들을 더욱 긴장시킨다. 포항대회전 강원태백건설의 황경수감독이 『원준이를 지켜봐 달라』고 던진 한마디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무명에 가까운 염원준은 5월 창단된 신생 태백건설로 옮긴지 불과 4개월만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포항대회 결승전에서 김경수에 패해 비록 준우승에 머물긴했지만 8강전서 우승후보중의 한명인 황규연(24·삼익파이낸스)을 꺾어 파란을 일으키더니 급기야는 4강전서 통산 6전전패를 당한 이태현을 눕혀 모래판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준희 LG증권감독조차도 『원준이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을 정도.
또 고질적인 허리통증에서 벗어난 신봉민은 꾸준한 체력보완으로 97년 천하장사시절의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탈슬럼프의 진통을 겪고 있는 황규연도 언제든지 우승을 넘볼 수 있는 기량의 보유자다.
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지난해 8관왕 김영현은 포항대회 4품의 부진을 딛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 지난해에 이어 천하장사 2연패(連覇)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올시즌 3관왕 이태현도 후반기들어 한번도 오르지 못한 정상을 기필코 되찾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시즌 마지막 지역장사타이틀이 걸려 있는데다 올시즌 최강자를 가리는 99천하장사대회(11월예정)의 탐색전 성격까지 띠고 있어 양세력간에 더욱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남재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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