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3분의1을 넘고 교과서조차 준비하지 않은 학생이 태반입니다』(교사) 『공부하는 소수 학생들이 다수의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의해 이른바 「범생」으로 놀림을 받는 교실현장에서 가치혼란을 겪고 있습니다』(학생)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교장 임동권) 강당에서는 「교육3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머리를 맞댄 채 이색적인 토론을 벌였다. 「교실모습 이대로 좋은가」라는 교내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의 무질서와, 교사들의 사기저하 등을 진솔하게 터놓고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강호(생활지도부장)교사는 주제발표에서 『깨우고, 일으켜 세우고, 세수를 시켜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잠을 자는 학생이 한반에 10명이 넘고, 복장이 불량한 학생의 책가방을 조사하면 CD플레이어나 휴대폰은 있어도 교과서는 없다』고 개탄했다.
이교사는 『수업을 하다보면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메이지만 고작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라고 체념하며 돌아서면 허탈감과 무기력감으로 다리가 떨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현상의 직접적 원인으로 「학생들에게 무서운 것이 없어졌다」는 점을 꼽았다. 체벌을 절대 금지하라는 정책도, 교사가 촌지나 받고 폭력적인 체벌만 하는 것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학생의 휴대폰 연락을 받고 학교로 출동한 경찰도, 생활지도과정에서의 교사의 과실을 물고 늘어지는 학부모도 모두 학생 편이라는 것.
이교사는 『교실이 무너지면 교육이 무너지고, 국가의 장래도 없는 만큼 절대 무너져서는 안되는 것이 교실』이라며 『먼저 교사들이 존경받고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학생들의 불만과 반성도 이어졌다. 1학년 이상훈군은 『학원 때문에 학교수업을 소홀히 하는 자세, 선생님을 공경할 줄 모르고 무조건 반항하는 태도 등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학년 학생회장인 박동건군은 『선생님이 「만만해」 시끄러운 교실이든, 선생님이 「깐깐해」 조용한 교실이든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며 『학교수업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박군은 이어 『학생들이 이해타산에 얽매여 수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고 선생님을 존경하고 신뢰하는 데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오영순씨는 『남의 자식은 어찌되건 내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학부모들도 반성해야 한다』며 『잘못을 호되게 나무라고 회초리도 들되 아름다운 젊은이로 자랄 수 있도록 인격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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