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등 각 방송사의 이번 가을 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탤런트들이 대거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 것이다.방송사들은 그동안 시청률 의식과 연예인 진행자 기용에 대한 비판 사이에서 눈치를 보아왔다. 이번에는 오락 프로그램 진행 뿐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에도 탤런트들이 MC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성의없는 진행 등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KBS의 경우, 신설된 프로그램중 「감성21」의 이훈 ,「생방송 퀴즈크래프트」의 박소현, 「특명 3인의 천사」 권해효 등과 기존 프로그램중 「스타 데이트, 최고의 만남」의 허영란,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이나영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의 장진영 등 10여개 프로그램 MC에 탤런트들을 기용했다. MBC 역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탤런트 채림에게 「음악캠프」의 진행을 맡겼다. 또한 「일상탈출 야호」에 김호진과 김선아를, 「섹션TV 연예통신」에 김현주를 새 진행자로 내세웠다.
이밖에 SBS는 새로 신설된 「토요 스타클럽」에 심혜진을 새 진행자로 앉혔으며 기존 프로그램중 「행복찾기」는 송채환이 김창숙의 뒤를 이어 진행을 하고 있다. 「기쁜 우리 토요일」에는 김진 송혜교가 새 진행자로 나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MBC 이성호 PD는 『MC는 대중적인 친근감, 인기도, 언어구사력과 순발력 등 다양한 측면을 파악해 선택하는데 탤런트들이 대체적으로 이같은 요소를 두루 갖춰 이번 프로그램 개편에 많이 기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탤런트들의 인기만을 고려해 진행의 자질이 없는 사람을 MC로 내세운 것은 시청률만을 의식한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음악캠프」를 진행하던 채림은 소개할 곡명도 잘 모르는 등 무성의한 진행을 해 시청자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의상만 화려하지 가수의 노래제목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MC가 어디 있느냐?』는 한 네티즌이 올린 시청소감은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들 탤런트 MC 중 일부가 언어 구사에 문제가 많아 일반인들의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문법적인 표현, 발음, 속어·은어의 남발 등은 시급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탤런트 MC의 잦은 교체도 문제다. 우선 인기 탤런트만을 기용하고 보자는 방송사의 안일한 자세와, 바쁜 일정을 이유로 시청자와의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하는 일부 탤런트들의 무책임으로 채 한두달도 안돼 MC가 교체되는 경우도 많다.
서울 YMCA시청자운동본부 황자혜 간사는 『시청자들의 언어생활과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프로그램 MC들은 최소한 언어교육 등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전문 MC양성 등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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