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의원이 폭로한 현 정권의 「언론대책 보고서」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또 정의원 주장대로 이강래전수석이 만들었는지, 아니면 여권 주변그룹에서 작성한 것인지, 그도 아니고 조작된 문건이지가 진실규명의 요체다.우선 문건이 언론계 내부사정과 속성을 정확히 정확하게 꿰고 있으며 분석 논조와 대응책 제시가 전문적이어서 「잡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또 이 문건이 현 정권과 언론의 「역학관계」 및 문제점 등을 적확하게 짚고 있다. 특히 주요 내용중 일부분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신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문제가 가장 심각한 언론사주 또는 고위간부를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할 것』 『언론사 사주를 잡아넣겠느냐는 심리의 허를 찌를 경우 상당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부분은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 구속사태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나 내용의 진위 여부와는 별도로 문서 자체의 「흠」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직접 보고되는 문건으로 보기에는 형식이나 표현이 다르다. 대통령 보고문건에는 「대통령님」 또는 「KDJ」라는 표현이 쓰이는데 「김대통령」이라는 평어체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한 문장내에 「김대통령께서」, 「김대통령의」라는 표현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이 문서엔 「현 정권」 「반DJ정서」 「여권」 「반정부적」등 제3자적 시각이 자주 나오며 어법이나 문장표현이 맞지않는 대목이 눈에 띈다.
문서 작성시기도 논란거리다. 「옷로비 의혹」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작성시기는 올해 6-7월께인 것으로 추정되나 97년 대선을 「지난해 대선」이라고 했고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명칭이 바뀌기 전인 「안기부」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곳곳에 나타나는 조잡한 어휘, 수많은 오·탈자는 대통령 보고문건으로 보기에는 무리다. 「꿈틀데고」 「눈에 띠게」 「눈치를 살펴오며」 「마음데로」 「중구난방식 대체(대처)」 「어짜피」 「등에 엎고」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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