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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천사 부부의사] 30代 조수현, 이예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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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천사 부부의사] 30代 조수현, 이예리씨

입력
199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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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곁에 의사가 없는 현실은 의사의 책임입니다. 이 곳 소록도에서 평생 우리의 책임을 다 할 것입니다』「천형(天刑)의 땅」으로 여겨지던 곳에 「천사(天使)의 손」이 닿았다. 1,000여명의 한센병(일명 나병)환자들이 수용된 국립 소록도병원(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이 활기로 가득하다. 개원 83년만에 처음으로 부부의사를 맞았고 그것도 스스로 원해 들어온 30대 초반 커플이라는 사실이 환자와 직원들에게 희망과 힘을 심어주고 있다.

조수현(趙秀鉉·32)외과과장과 이예리(31)내과의사는 「천사 부부」로 통한다. 늘 웃는 얼굴로 환자들을 대하고 하루종일 병원을 지키며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곳에 살아온 듯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것이다.

조씨부부는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모두 버렸다. 그리고 오지의 나환자촌을 선택했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보수 등 최악의 조건은 사명감과 의지로 극복했다.

조씨는 장래가 약속된 일반외과 의사였다. 전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한전부속 서울 한일병원에서 수련의 및 전공의 과정을 끝냈다. 전문의 자격을 딴 그는 서울의 많은 병원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뿌리쳤다. 갈길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전공의 과정을 밟으면서 대학시절 봉사활동으로 찾았던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대학 은사의 조언도 뇌리를 맴돌았다. 『의사의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네…』

주위의 끈질긴 만류를 뒤로하고 소록도병원 의무사무관 특채에 응시, 지난해 6월10일 이 곳에 부임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부인도 남편을 따랐다. 부산대 의대 출신으로 방사선과를 전공한 이씨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조씨를 만나 95년 결혼했고 지난 6월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1년 전부터 미리 와 있던 남편과 합류했다. 스스로도 「격리시켰던」 이 곳의 환자들을 가슴으로 끌어안기까지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씨부부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진료에 그치지 않는다. 회진을 돌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환자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기도 한다. 환자 이모(71·여)씨는 『13년째 입원해 있지만 조선생처럼 다정한 의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의사는 봉사직이고, 환자는 생명입니다』 조씨 부부는 이렇게 「꿈」을 대신했다. 그들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며 우리보다 더 열심히 봉사한 선배들이 많다』며 끝내 사진취재를 고사했다.

소록도=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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