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재평가는 박전대통령의 공(功)·과(過)에 대한 견해뿐만 아니라 정파적·정략적 동기까지 겹쳐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정치권에서 박전대통령의 재평가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박정희 독재」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의해서였다.
김대통령은 5월13일 경북도 행정개혁보고회의를 위해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전대통령에 대해 「화해와 용서」를 선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김대통령은 박전대통령의 공과 과를 분리해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객관적으로 보자는 입장』이라며 『정치적 핍박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화합차원에서 용서하고 화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표명이 내년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정서를 끌어안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회의 지도부의 평가는 대체로 김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하는 선상에 있다.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은 『승계와 단절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 『공과 과를 나눠 평가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정부가 기념사업까지 지원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박전대통령의 업적 평가에 가장 적극적이다. 합당과 선거구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중인 각 계파들도 박전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받는 근대화세력을 자처하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있다. 한나라당은 애매하고 다소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복잡한 당내 역학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민주계와 재야출신인사들은 박전대통령에 대한 미화나 복고취향에 강하게 반발한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박전대통령 재평가에 극단적인 반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대구·경북의 민심기류를 의식, 박전대통령에 대해 분명한 입장 정리를 피하고 있다.
이총재로서는 박전대통령의 딸인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대구·경북지역 등지에 갖고 있는 대중성도 외면하기가 어렵다.
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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