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치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은 당내 역할분담에 따른 여야 의원들의 첨예한 대치로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했다. 국정원 도·감청 의혹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 고발 건, 중선거구제 도입, 언론탄압 논란 등이 주쟁점이었다. 의원들이 상대당 수뇌부를 공격할 때는 어김없이 의석에선 『뻔뻔스럽다』(여)『아직 정신을 못차렸나』(야)등의 고함과 삿대질이 오갔다.도·감청, 이부영총무 고발 국민회의 조찬형(趙贊衡)의원과 도·감청문제가 「전공」이 돼 버린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이 치열한 논전을 펼쳤다.
조의원은 『감청이나 정보제공 요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최대한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법개정쪽으로 논의를 유도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이총무가 국가 기밀로 되어 있어 공개할 수 없는 국정원의 인력과 조직편제를 누설하고 업무내용을 허위로 조작해 발표한 것은 명백한 국익손상행위』라며 검찰「기소장」처럼 조목조목 이총무 행위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반면 김의원은 『감청절차와 허가 집행 통계 사후관리 등 어느 하나 감청의 투명성과 적법성이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는게 없다』며 현 정권을 「빅 브라더」로 몰았다. 김의원은 『대북관계는 9국이 하고 있으므로 국정원이 국내감청 조직이라고 밝힌 8국은 결국 정치사찰용이 아니냐』고 이부영총무 주장을 옹호하며 국정원의 이총무 고발 취하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은 오후 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조찬형의원 질의중 이총무관련 부분의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으나 조의원은 『이총무발언이 허위라면 이는 국사범』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거부했다.
언론탄압 논란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의 구속은 과연 정부의 언론탄압인가」를 놓고 여야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국민회의 길승흠(吉昇欽)의원은 『홍사장 구속은 국민의 정부 앞에 어떤 성역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두고 일부에서 언론탄압이니 언론 길들이기니 하는 말을 유포시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으며 중앙일보는 사주가 구속됐다는 이유로 온 지면을 털어 연일 정부를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의원은 『홍사장 구속은 중앙일보를 굴복시키고 전 언론에 경고를 주려는 현 정권의 외곽때리기』라고 주장했다. 『전·현직 언론사 간부들로부터 청와대의 압력전화를 받은 일지와 녹취록도 제보받았다』며 98년5월, 올해 5월 등 세 건의 「언론 압력 사례」도 공개했다.
앞으로의 언론대책에 대한 양측의 견해도 판이했다. 길의원은 『황폐해지고 있는 신문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언론개혁과 언론산업발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언론발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에비해 이의원은 『언론탄압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회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야 하며 방송의 홍보도구화를 막기 위해 방송법을 조기에 개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중선거구제 등 정치개혁방안 국민회의는 중선거구제·정당명부제 도입을 외쳤지만 자민련 의원들은 별로 지원을 해 주지 않았고 한나라당은 날을 세워 깎아내렸다. 국민회의 유선호(柳宣浩)의원은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여야가 지역을 초월해 서로 상대당 지지 지역에서 의석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선거구제가 되면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진정한 정책 정당의 존립과 성장이 가능해 지고 지역정당은 발전적으로 해체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도 제시됐다. 공동여당인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의원은 정치개혁 필요성은 언급하면서도 중선거구제는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반면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의원은 『중선거구제는 세계가 외면하는 희귀한 제도로 대통령제에서는 소선거구제를 택하는게 옳다』고 반박했다. 『중선거구제가 되면 다수대표도 아니고 비례대표도 아닌 국회의원이 등장하게 돼 대의민주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다』『정치비용도 지금보다 더 들게 될 것이고 정당정치 발전도 가로막게 될 것』이라는 등의 약점도 거론됐다.
정부 답변 김종필(金鍾泌)총리는 국정원 도·감청 의혹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사찰은 없으며 이총무 고발은 유감으로 조속히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중앙일보 사태와 관련해선 『법대로 했을 뿐이며 언론 탄압 주장을 적절치 않다』고 받아 넘겼다. 선거구제 문제는 『국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공을 떠넘겼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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