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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산문소설] 갯내음 물씬한 섬마을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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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산문소설] 갯내음 물씬한 섬마을 추억

입력
199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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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현대, 자본주의의 질서보다 훨씬 크고 넓고 깊은 게 있다」소설가 한창훈(36)씨는 그것을 「섬」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섬은 넓은 바다 한가운데 깨알 같은 점일뿐이지만, 그곳에 사람들이 서식하고 있고, 바다를 통해 땅이 얼마나 중요하고 수중한 것인지 원초적인 깨우침을 주는 곳이다.

한씨가 산문소설이란 이름으로 쓴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실천문학사 발행)는 자신이 그 깨우침을 얻은 섬에 대한 글이다. 최근 우리 문학에서 드물게 남성적이고 토속적인 소설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한씨가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섬 거문도와 그곳에 깃들어 사는 섬사람, 바닷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바다에서 올 것이라고는 새하얀 파도 밖에 없었다. 집채만한 그것이 축항을 타고 올라 미친병 도진 것처럼 포효하며 날뛰고 있고 마을에서는 땅에 붙어있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채 걷어들이지 못한 미역줄기며 옷가지며 판자때기 따위가 회오리를 타고 올랐다』. 어릴 적 맞은 첫 태풍의 두려움, 선장을 하던 외삼촌을 따라 나간 뱃길, 세월따라 변해가는 항구와 여객선의 풍경, 생선회와 동백꽃의 기억, 자맥질을 마치고 나온 잠녀(해녀)들의 몸짓에서 느낀 성적 동경…. 이런 이야기들 54가지가 한씨 특유의 사투리 섞은 구수한 문체에 날 것처럼 싱싱하게 살아 펄떡인다. 글과 함께 아름다운 섬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잘 어우러진다.

『그 시절은 갚을 길 없는 은총이었습니다. 도시의 질서가 몸에 배인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는 바다도 서울도 아닌 천안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는 한씨는 『물살과 바람에 맞춰 노질하는 뱃사람의 손길을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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