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책방에 가는가. 조사자료가 없어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가 책방에 가는 이유는 여럿이다. 물론 책을 사기 위해서 간다. 그러나 시간이 남을 때도, 머리 속에 무엇인가 자극이 필요할 때도, 그저 구경하러도 간다. 활기를 얻으러 갈 때도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을 둘러보고 펄펄 뛰는 생선, 씩씩한 상인들로부터 힘을 얻듯 100만권 이상의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어 오게 된다.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살 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책을 사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뿐이다. 책구경은 인터넷서점에서는 불가능하다.어느 작가의 말처럼 거의 예외없이 우리의 대형 책방들은 공간이 비좁고 사람들은 붐벼 「장바닥」이다. 불쾌할 때도 많다. 신발을 질질 끄는 이, 소리치는 아이들이 흔하고 남의 어깨를 치는 것도 예사다. 『책방 맞아?』할 만큼 빠른 박자의 음악을 꽤 크게 틀고 몇 차례씩 「금주의 베스트셀러」「새로 나온 책」을 큰 소리로 방송하는 곳도 있다. 조용히 책과 대화하기를 아예 접고 책 고르기까지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한다.
추석무렵 뉴욕에서 몇 차례 들른 미국최대의 반스앤노블스(bn.com)같은 책방이 있었으면 하고도 바라게 된다. 맨해튼에 본부가 있는 그 책방은 땅 넓은 미국에서니까 공간도 넓게 잡았겠지만 제대로 된 책방을 운영하려는 자세가 뚜렷하다. 도처에 있는 지점은 어느 곳이나 진한 갈색의 책꽂이, 초록의 두터운 깔개이다. 소음은 거의 없다. 음악은 자세히 귀기울여야 있었구나 알게 된다. 안내방송같은 건 물론 없다. 책상에서 노트북을 꺼내 들고 책을 보며 작업하는 이들이 꽤 보였다. 깔개 위에 퍼져 앉아 책을 보아도, 종일 진치고 책을 읽어도 시비거는 이도 없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집중할 수 있다.
책방다운 책방은 아니지만 우리의 「장바닥」책방조차 인터넷서점보다는 즐거운 곳이다. 얼마 전 폐막한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은 특별주제로 「북@인터넷」을 채택했다. 우리나라에는 40여 개나 되는 인터넷서점이 있다. 아마존(amazon.com)은 책세일을 하는 것조차 뉴스가 된다. 인터넷서점만이 살아날 것같고 책방에 가서 책 사면 촌스런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2004년에야 전세계의 온라인 책거래는 전체 거래의 7% 정도에 미칠 것이며 사람들은 책값이 싸다는 이유에서나 온라인으로 책을 산다는 자료들을 대하면 미래에도 사람들은 주로 책방에서 책을 살 것같다. 비디오가 나와도 영화관이 문닫지 않은 것처럼 인터넷서점이 늘어나도 책방은 영원할 것이다. 좀 더 책방다운 책방의 출현을 기대한다.
박금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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