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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개정안확정] 예상보다 '진보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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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개정안확정] 예상보다 '진보 색채'

입력
1999.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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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가 24일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그간 원점만을 맴돌던 국보법 개정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민회의의 개정안은 찬양고무죄 조항을 사실상 폐지하는 등 예상보다 훨씬 진한 진보 색채를 띠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2일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도부등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공산주의는 봉쇄가 아니라 개방에 의해 몰락했다』며 거론한 국보법의 개정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주요내용

개정안은 당의 국보법 개정검토위원회에서 마련한 시안으로 정책위원회를 거쳐 현재는 지도부의 당론추인과정만 남겨 놓고 있는 상태다. 개정안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찬양고무죄를 폐지한 것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는 이적단체를 직접 만들거나 가입하는 행위는 처벌하고 개인차원의 찬양 고무 행위에 대해서는 국보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령 광화문에서 『북한을 지지한다』고 큰 소리로 외쳐도 이적단체 구성원이 아니라면 「소란을 일으킨」 경범죄 정도로 처벌된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회의는 이적표현물 제작 배포 소지죄도 완전 삭제했다. 북한입장에 우호적인 서적을 펴내거나 예술작품을 만드는 행위도 허용된다는 뜻이다. 과거 북한 관련 유인물만 집에서 발견되도 처벌되는 경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 이상수(李相洙)제1 정조위원장은 이와관련, 『헌법에 규정된 개인의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국가단체의 정의에서 「정부참칭」조항을 제외한 것은 북한을 하나의 정부로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을 교류대상으로 인정한 남북교류협력법과의 법적 통일성을 갖춘다는 측면과 함께 북한이 무력통일 노선만 포기하면 반국가단체에서도 제외할 수 있다는 장기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 여권의 설명. 금강산관광이나 대북 경제협 등 최근 변화된 남북관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히던 불고지죄도 완전 폐지키로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개정안을 내놓게 된 배경에 대해 이위원장은 『북한을 인정한다고 해서 국가안위에 위험이 되겠느냐』며 정부의 자신감을 꼽았다.

반면 국민회의는 국가안보차원에서 간첩이나 반국가단체에 대한 주요한 처벌조항은 그대로 남겨두어 안보기본법으로서의 국보법의 존재는 인정했다.

■처리 전망

국민회의가 국보법 개정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서의 처리전망은 불투명하다. 국민회의가 우선 넘어야 할 벽은 자민련이다. 보수정당의 이념인 자민련은 국보법문제를 당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다. 『불고지죄 조항 등 부분적인 보완은 가능하지만 큰틀의 변화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당론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찬양고무죄 폐지 등에 대해선 『국가안보에 구멍을 뚫을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김대통령이 22일 청와대 회동에서 자민련 수뇌부에게 국보법의 전향적 개정을 당부했지만 『대통령이 평소 소신을 언급한 것 아니냐』며 무덤덤한 반응이다. 한나라당도 국보법 개정에 극히 부정적인 입장인데 『자민련과 먼저 협의해 오라』며 한발 뒤로 물러서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주무부서인 법무부와 검찰 등에서도 국보법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선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태이다. 정치권에선 이와관련, 국민회의가 여-여,여-야 협상을 대비해 예상보다 훨씬 「진보적인」카드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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