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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브랜드가 뜨고 있다

입력
1999.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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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브랜드」가 뜨고 있다. 동대문, 남대문등 재래시장에도 인기 브랜드가 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나 대기업 제품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장정보에 빤한 주부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나름대로 유행이 된다. 유명브랜드를 베끼지 않고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시장패션의 부흥은 밀리오레, 두산타워등 동대문 신흥상권을 중심으로 소비자층은 10대로, 상주는 20-30대 젊은 디자이너들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상가측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혜택을 주어 「신세대 상권」을 구축할 정도다. 동대문의 「닥터 리」쇼핑몰은 캐주얼브랜드 쿠기 출신 디자이너 12명이 모여 8월 문을 열었고 남대문 「굳앤굳 디자이너월드」는 50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엄선, 4층을 통째로 무료임대해 11월 오픈한다. 이런 디자이너들은 의류업체에서 2-3년정도 일하다 나온 유경험자, 대학의 디자인전공자, 유학파등 다양하다. 강한 개성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들 젊은 디자이너들이 싸구려도매시장 정도로 인식되던 재래시장을 패션의 중심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패션은 전국규모의 브랜드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훨씬 감각적이며 때론 비상식적일 정도로 전위적이다. 10대층이 품질보다 감각을 중시하는 탓에 유행도 숨차게 바뀐다. 어떤 스타일이 한번 「뜨면」, 며칠만에 온 시장에 퍼지고 금새 쑥 들어간다. 반면 전국브랜드보다 더 활발하게 해외에 진출한다. 동대문시장에서 구매하는 외국상인이 하루 2,000명, 수출액은 연 1조원에 달한다. 일본 하라주쿠거리에는 동대문트렌드가 있다. 『파리의 유행이 다음날 동대문에 뜬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시장디자이너들은 TV나 잡지등을 통해 해외 트렌드를 민감하게 주시한다. 컴퓨터 그래픽을 쓰고 갖가지 소재를 개발한다.

동대문 디자이너 클럽에서 H1H2를 운영하는 이만철(32)씨의 하루 일과. 『오후9시 시장 문을 열면 다음날 새벽 5-6시까지 교대로 점포를 지킨다. 문을 닫으면 곧바로 새벽 옷감시장으로 직행, 옷감을 골라 공장으로 보내고 제작을 지시한다. 오후엔 길거리나 백화점, 인근상가들을 둘러보면서 시장조사를 한다. 오후에 4-5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출근한다』

이씨같은 젊은 도전자들이 꿈꾸는 것은 진 브랜드 TBJ나 옹골진같이 성장하는 것. 이 업체들도 처음 시장에서 시작, 전국 1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이들이 도전하고 있는 「나만의 브랜드」가 바로 시장 브랜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급부상 중인 브렌드 **

■ Mool(물)

동대문시장 닥터리 쇼핑몰

동대문시장에서 신생 시장브랜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Mool(물)」의 인기는 마니아의 스타추종 수준이다. 색깔이나 디자인이 다양한 것도 아니고 다만 검은 바탕에 붉은 색으로 불꽃이 이글거리는 듯한 무늬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옷을 사겠다는 사람들로 「물」은 늘 북적인다. 비슷한 디자인의 복사품들이 동대문시장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강렬한 문양을 창출해 낸 디자이너는 김물결(27)씨. 사실 샤머니즘풍의 불꽃무늬로 먼저 유명해진 곳은 동대문 시장브랜드의 선두주자인 「문군트렌드」(밀리오레). 불꽃무늬의 인기 덕분에 「문군트렌드」는 1년만에 지점 4개, 대리점이 30여개로 급성장했다. 김씨가 바로 문군트렌드의 핵심 디자이너였다.

「물」역시 8월 동평화시장 뒷편 닥터 리에 입점한 후 청주, 부산, 대구 분점에까지 물건을 납품하고 압구정동과 이화여대 앞에도 분점을 열 예정이다.

한양대 응용미술학과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이미지를 입힌다는 나만의 개념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한다.

셔츠 1만-2만원, 스커트나 바지 4만-6만원, 코트 10만원대, 액세서리 1만원대부터. 개장시간 오후9시-새벽5시 토요일 휴관.

■ INEE(이니)

동대문시장 두산타워 지하1층 192호

액세서리 전문점 「INEE(이니)」는 독특한 개성의 히피풍 액세서리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깃털이 달린 목걸이, 색색가지 실을 꼬아만든 실목걸이, 인조가죽으로 만든 초커(목둘레에 꼭 맞는 목걸이)등은 요즘 20대 젊은이들사이에 인기 패션소품이다. 가죽끈에 금속장식이 달린 목걸이는 남자들에게도인기다. 금속줄에 큐빅 일색인 주변의 다른 액세서리점과는 달리 가죽과 금속을 매치시켜 확실히 「튄다」.

플라스틱 소재에 니켈도금을 입혀 금속감각을 낸 반지, 금속에 유리장식이 박힌 벨트는 「이니」만의 개성을 자랑하는 품목. 금속공예를 전공한 주인 변정임(31)씨가 액세서리를 직접 디자인·제작하기 때문에 손님이 요구하면 원하는 스타일대로 만들어 준다. 변씨는 『장식이 다른 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라며 친구들을 데려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한다. 일본인 관광객들도 더러 찾는다.

아직 액세서리의 중심상가는 이화여대앞이나 압구정동등이 꼽힌다. 그래서 변씨의 차별화가 더욱 눈에 띈다. 변씨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여러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다 9월 자기 매장을 차렸다.

목걸이 8,000-1만5,000원선, 반지 1만원 이하, 벨트 3만원선. 개장시간 오전10시-오전5시 월요일휴관.

■「쿠쿠」

남대문시장 원아동복 지하1층

아동복 「쿠쿠」의 옷들은 색깔이 곱다. 카키색, 노랑색, 베이지, 네이비등 세련된 파스텔톤으로 색에 민감한 20-30대 신세대 어머니들 사이에서 인기다. 2대째 아동복매장을 운영하는 쿠쿠 사장 안재덕(28)씨가 컴퓨터그래픽으로 직접 색깔을 만들어 원단주문을 내는 덕분이다.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하고 한때 로고디자인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을 정도로 안씨의 그래픽수준은 대단하다. 그는 매장에 물건을 내놓기 전 견본을 주위 아이들에게 입혀 반응을 알아보는 나름대로의 시장조사도 한다. 한마디로 아버지대와는 다른 과학적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쿠쿠의 디자인을 보면 유행하는 어른옷을 줄여놓은 느낌이다. 올 유행소재인 니트 카디건·스웨터, 지난해 선풍적이었던 패팅코트, 바지와 모자 한 세트등이 인기 아이템. 단순한 유니섹스모드의 캐주얼이 주류다. 『예전 엄마들이야 입혀서 따뜻한 옷을 찾았죠. 요즘은 입혀서 깜찍하고 세련된 아동복을 사가거든요』 그래서 안씨는 외국의 트렌드까지 카탈로그등을 통해 열심히 공부한다.

3세부터 13세까지 남녀 어린이 옷이 있다. 바지 1만7,000-2만4,000원, 니트는 스웨터 2만원·카디건 2만4,000원, 패딩조끼 2만2천원, 상하의 한벌에는 5만-6만원정도다. 개장시간 밤12시-오후5시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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