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한국경제의 중기 전망」이라는 정책토론회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저성장_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현재 경기 회복세를 앞으로 수년간 지속적인 성장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의 신속하고 차질없는 추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내년 이후 물가압력이 커지면서 고물가 추세가 유지되고, 실업과 경상수지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DI는 이에 앞서 21일 내년도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5.8%, 물가상승률 3.2%, 경상수지 123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우·투신문제 처리가 지체되거나 인플레 대응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연구기관들의 예측도 비슷하다. 장밋빛 전망 이지만 단서가 있다. 대우 사태의 원활한 처리와 구조조정의 성공적 마무리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전제조건은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오는 26일로 대우 사태가 본격화한지 100일을 맞는다. 우리 경제가 IMF체제라는 긴 터널에서 막 벗어나려고 할 때 닥쳤던 대우 사태는 경제전반에 걸쳐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쳤다.
금리는 치솟고 주가는 폭락하는등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했고 실물경제와 대외신인도도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금융대란설」까지 나돌았고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란설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회복기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대우 사태인 것이다. 대우 사태가 표면화한 후 100일 가까이 지나면서 수없는 대책이 나왔지만 뭐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를 비롯해 채권단, 대우등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대우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부는 성장 물가 경상수지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적어도 통계수치만을 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라 안팎으로 이들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외국 언론 및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한국경제 회복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회복세는 팽창적인 통화·재정정책과 수출수요 확대에 따른 것이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 개선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시간벌기에 들어간듯한 인상을 풍기는 구조조정 추진과 혼선을 계속하고 있는 정책방향, 과소비 풍조 만연등을 보면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자칫 모두 놓칠까 우려된다. /한국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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