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을 못 깨면 골프를 모독하는 짓이다. 90대의 골퍼는 가정을 돌보지 않고 80대는 직장을 등한히 한다. 70대의 골퍼는 골프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다』골프의 마력을 농(弄)하는 서양인들의 말이다. 뇌우가 쏟아지는 골프코스에서 라운딩을 하던 골프광들이 마침 근처 호수가의 낚시꾼들을 보고 『미친 친구들이네』라고 혀를 차자 『번개치는데 피뢰침들고 선 자들이 미쳤지』라는 응수를 받는다. 미국의 골프만화책에서 본 에피소드다.■얼마전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혼자 비를 맞으며 오후 늦게 18홀을 돌았다는 뉴스를 들으니 골프광의 심정을 짐작할만 하다.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에서도 기사들이 활쏘기보다 골프에 빠지자 왕이 『나라 망하겠다』며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하지 않는가. 골프 금지령을 내렸던 김영삼 전대통령도 청와대 주인이 되기 전엔 골프를 치며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골프가 참 좋긴 한데 한가지 약점이 있단 말이야. 그게 뭐냐하면 너무 재미있다는 거야』
■골프의 마력은 무엇일까. 일반인에게 골프의 묘미는 스포츠, 자연, 사교가 혼합된 마인드게임 이라는데 있다. 다른 스포츠는 규격화한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반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만든 골프장은 똑같은 홀이 하나도 없고 같은 홀이라도 계절과 시간과 기상에 따라 오묘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렇게 마력적인 골프가 일반인들에게 그림의 떡인 것은 즐기기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장비에서 부터 클럽하우스 이용료까지 비싸다.
■지난 10일 인천체전 개막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골프대중화를 얘기해서 화제다. 관계자들은 퍼블릭코스의 개발등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땅에서 골프대중화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18홀 골프장 하나에 약 20만~30만평의 땅이 필요하다. 엄청난 개발비도 문제려니와 하루 즐길수 있는 사람 수는 많아야 400명이내다. 400명이 하루 즐기는 30만평_골프대중화는 말로는 매력적 이지만 실행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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