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에서 가져온 사건기록을 아무리 읽어봐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어야지요. 피의자에게 몇번을 물어봐서 겨우 내용은 파악했는데…. 이제 나도 옷벗을 때가 된 모양이구먼…』22일 서울 강남경찰서 A형사는 송모(19)군을 앞에 두고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송군은 컴퓨터 머드게임 「리니지」속의 상품을 훔쳤다는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받는 중이었다.
송군을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 안모(39)씨는 7월 『압구정동의 한 PC방에서 알게된 송군에게 「대신 게임을 해서 점수를 따달라」고 ID와 비밀번호를 맡겼는데 오히려 송군이 나의 전리품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니지」게임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는 A형사는 송군의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여기저기 자문도 구해 보고 서울경찰청에 문의도 해봤지만 그 누구도 자신있는 답변을 하지 못하자 A형사는 결국 「계속 수사해 보자」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사이버 관련 범죄들은 서울 성동경찰서가 7월 리니지게임의 상품을 훔친 혐의로 이모(17)군등 2명을 불구속입건(본보 7월19일자 보도)하는 등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그러나 관련법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데다 각 경찰서에 파견된 2명의 컴퓨터범죄 전문형사들 대다수가 다른 잡무에 시달려 경찰은 사실상 손놓고 있다.
실제로 강남경찰서의 경우에도 전문 형사 2명중 1명은 교육중이었고 다른 1명은 파출소로 전보발령이 나 이번 사건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 경찰관계자는 『나는 컴퓨터 관련범죄에 경찰의 대응은 기는 수준』이라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