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도 치러보기전에 돈이 문제가 됐다」. 20일 엘리자베스 돌 전 미적십자사 총재가 「자금난」을 이유로 공화당 대선후보에서 전격 사퇴하자 미 언론들이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선거자금의 규모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주요 언론들은 돌 여사가 눈물을 훔쳐내는 사진과 함께 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에 비해 「새발의 피」 수준의 정치자금밖에 모으지못한 현실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퇴의 변을 자세히 보도했다.돌여사 사퇴파동으로 여론은 크게 3가지 점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비대해진 정치헌금 규모가 도마에 올랐다. 올 9월까지 모인 선거자금은 1억9,620만달러로서 지난 95년 같은 기간까지의 9,200만달러에 비해 2배를 넘어섰다. 연도말인 4·4분기에 선거자금 모금이 집중된 탓에 첫 9개월치 모금액이 280만달러에 불과했던 91년을 예외로 친다면 83년 1,890만달러, 87년 6,890만달러 등에 비할 때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인 선거레이스도 시작되기 전에 선거자금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참신한 정치신인들이 중도탈락, 정작 국민에게는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평론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자금조달력이 뒤지는 후보는 「인물됨됨이」와는 관계없이 낙마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 고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USA 투데이는 이와 관련, 『76년 조지아 출신의 시골뜨기 지미 카터가 초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예비선거에서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결국 승리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다크호스」나 「무명인사」가 예비선거까지 살아남기도 힘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소프트 머니(Soft Money)의 규모가 날로 커져가는 것도 문제. 소프트 머니란 후보 개인에게 제공하는 하드 머니(Hard Money)와 달리 당에 기부하는 것으로 우리로 치면 「정당기탁금제」와 유사한 제도. 현재 하드 머니는 1인당 1,000달러로 기부규모가 제한돼 있지만 소프트 머니에는 한도가 없다. 그런데 소프트 머니가 96년 선거때부터 급증, 문제점이 부각되자 민주당이 한도액을 두자는 선거자금개혁안을 제출했으나 공화당은 19일 이를 부결시켰다. 소프트 머니 모금에서는 공화당이 항상 우위를 점해왔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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