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본회의의 박지원(朴智元)문화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은 예상외로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투표 15분만인 오전 11시께 개표결과를 점검하던 국민회의 이윤수(李允洙)수석부총무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사인을 보내자 여당측에선 악수를 교환하며 안도했다.잠시후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부결을 선언하자 야당의원들은 『공동여당 잘 해 봐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회의는 105명 전원이 투표했다. 자민련에선 김종필(金鍾泌)총리와 와병중인 김복동(金復東)의원까지 참여했으나 김용환(金龍煥) 이인구(李麟求) 김칠환(金七煥)의원 등 충청권 강경파 의원 3명이 불참했다. 정석모(鄭石謨) 이동복(李東馥)의원은 해외출장으로, 김기수(金基洙)의원은 지구당행사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132명중 의원직을 사퇴한 서상목(徐相穆)의원과 해외출장중인 김일윤(金一潤) 김찬진(金贊鎭)의원, 와병중인 최형우(崔炯佑)의원 등 4명이 불참했다.
○…표결에 앞서 국민회의는 의원총회를 열고 무효표 방지를 위해 반드시 「부」라고 기재하라는 안내문까지 배포하고 의원들의 출석상황을 점검했다. 이만섭(李萬燮)총재대행은 『국민의 정부가 언론탄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자』고 역설했고, 박상천(朴相千)총무는 『총선을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야당에 넘겨줄 순 없다』면서 단합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내부단결을 강조하면서도 여당의 반란을 은근히 기대하는 표정. 이부영(李富榮)총무는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해임안 가결로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은 이 정권을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표결결과에 대한 여야의 시각은 판이했다. 공동여당은 『완벽 공조, 완벽 승리』라고 주장했고, 야당은 『내부 균열, 사실상의 승리』라고 맞받았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국민의 정부에는 언론탄압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와 이긍규(李肯珪)총무 등이 『표단속을 잘해줬다』며 고마워하는 분위기. 이긍규총무는 『양당 공조가 튼튼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나라당은 이탈표가 나온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찬성 1표는 물론이고 자민련 의원 6명의 표결 불참, 기권 2표, 무효 4표 등 반란표가 13표나 됐다는 주장. 이부영총무는 『13표의 의미를 음미해야 할 것』이라며 『부결됐다고 해서 언론 간섭·탄압이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장관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자 『의원과 국민들께 감사한다』는 말로 소감을 피력. 박장관은 집무실에서 K-TV를 통해 표결과정을 지켜본 뒤 기자실로 찾아 와 『국민의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면서 『언론탄압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국민이 염려하지 않는 민주언론정책 구현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천호 기자 toto@hk.co.kr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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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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