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가입자에게 무료로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진이 병원측의 무성의한 검사와 오진(誤診), 결과통보 및 사후처리 지연 등으로 수검률이 매년 급격히 하락, 검진 무용론이 일고 있다.최근 직장의보 건강검진에서 폐결핵 소견을 받은 C(46)씨는 재검결과 「증상없음」판정이 나오자 며칠간 속앓이를 한 게 억울하기만 했다.
또 간기능 이상 판정이 나와 재검을 받으러 간 H(35)씨는 병원측이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복부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 초음파는 2차검진 항목이 아니니 5만원을 더내라』고 요구, 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몇달전 자신의 가족이 건강검진에서 정상판정을 받았다가 최근 위암인 사실이 밝혀졌다는 이모(51·서울 송파구 풍납동)씨는 『몇가지 형식적인 검사만 하고 마는데 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며 『왜 엄청난 돈을 들여 건강검진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22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지역의료보험 가입자중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총대상자 620만명중 35만6,000명에 그쳐 건강검진율은 6%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보공단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수검률은 연말까지 8~9%에 머물 것』이라며 『보험가입자들의 외면으로 수검률이 96년 23%에서 지난해 13.2%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성이 높은 공무원·교직원의 수검률도 매년 1%포인트씩 줄어들고 있으며 공무원·교직원 가족의 수검률은 9월말 현재 8%에 불과하다.
현재 상당수 병원들은 「검진수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건강검진시 의사의 진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검사항목도 일반 종합건강검진(40~46개)의 절반수준인 23개에 불과하다.
서울 K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 S과장은 『검진항목이 워낙 적고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이어서 질병이 있다해도 찾아내기 힘들다』며 『2차검진 항목도 형식적으로 선정돼 재검을 해도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단결과가 나오는데 보통 1~2개월이 걸리는 데다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돈을 더내고 정밀진단을 받아야 해 보험가입자들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역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사를 받았다가 최근 대학병원으로 옮긴 K씨는 『검진센터에서는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해 병원을 옮겼더니 기존의 검사를 되풀이했다』며 『괜히 돈만 이중으로 들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 전문가들은 『환자의 특성에 따라 검사항목을 차별화, 전문화하고 결과통보와 사후 치료과정 등을 명확히 해야 검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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