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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 '인간에 대한 예의' 일깨운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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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문학관] '인간에 대한 예의' 일깨운 수작

입력
1999.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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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TV문학관「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새」 「아우와의 만남」 등 올들어 방송한 세편의 KBS 「TV문학관」 은 시청자들을 실망스럽게 했다. 하지만 KBS 2TV에서 24일 오후 10시10분에 내 보낼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박남준극본, 김충길 연출)는 다른 평가를 얻을 것 같다. 21일 이순원의 「해파리에 관한 명상」을 원작으로 한 「그가 걸음을…」 의 시사회장에서 원작자 이씨는 『작품의 주제인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잘 표출했다』 며 격찬했다. 이 단막극에 출연한 탤런트 김일란은 드라마를 보며 내내 눈물을 훔쳤다.

「그가 걸음을…」 은 60-70년대를 배경으로 편견과 독선으로 가득찬 세상에 던져진 한 지체장애인의 삶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데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이다.

동네에서 해파리라고 놀림당하고 사촌 형에까지 이용당하는 김규철. 당숙 김진해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혹독한 훈련 속에 그는 소몰이꾼으로서 홀로서기를 꾀한다. 그리고 첫결혼에 실패한 상처투성이의 방은희를 만나 진정한 사랑도 나눈다. 하지만 그악스런 세상과 인간들은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끝내 한줌의 재로 세상을 떠나는 주인공.

해파리처럼 살다 해파리처럼 간 것이다. 파도에 밀려 물위를 떠돌 땐 형체있는 생명체이지만 우악스러운 손길이 모래톱으로 옮기면 제 몸이 놓였던 흔적조차 지워버리고 증발해버리는 무소유의 강장동물, 해파리처럼.

이 드라마는 TV 영상에서 별로 도입하지 않는 롱테이크(Long Take)를 자주 구사, 인간과 자연의 순수한 모습을 잔잔하고 아름답게 포착했다. 또 큰 갈등없이 물 흐르듯 극을 전개해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등장인물에 개입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지향했다.

우리가 우리 주변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사는가 뒤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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