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산영화제] 秀作.스타 뜸한 '소문난 잔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산영화제] 秀作.스타 뜸한 '소문난 잔치'

입력
1999.10.22 00:00
0 0

부산은 썰렁했다. 날씨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인과 대중들이 만나는 한 판 큰 축제의 장은 아니었다.일단 「집객」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위에서는 23일 폐막일까지 18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1개국 211편의 영화가 상영돼 21만5,000명의 관객이 들었던 데 비해 54개국 208편의 영화가 상영된 올해는 영화제 기간이 여드레에서 열흘로 늘어났는데도 3만5,000명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제 수준은 어떤가. 『서울서도 이렇게만 관객이 찾아준다면』 하는 아트영화 배급자의 하소연이 아니더라도 「예술영화」에 관한 한 어느 공간보다 예술영화에 대한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철도원」(후루하타 야스오), 「가을 국화」(이케하타 순사쿠), 「원더랜드」(마이클 윈터바텀), 「쥐잡이」(린 램지), 「컵」(키엔체 노르부),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프루트 챈), 「쌍생아」(츠카모토 신야), 「쇼우 미 러브」(루카스 무디손) 등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전체 작품들의 질은 비교적 고른 반면, 눈이 번쩍 뜨일 수작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평론가들의 지적이다.

「컵」 「쥐잡이」등을 제외하면 「이래서 영화제가 기다려진다」고 말할 만한 작품은 별로 없었다. 영화제는 국내 배급자가 선뜻 손대지 못할 실험적이고 알찬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로서도 의미를 가져야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는 이미 국내 상영이 예정된 영화가 많아 「2,000원 싸게」 영화를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

일본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 역시 숙고해야 할 대목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전설 「원령공주」, 일본식 서정이 두드러지는 「철도원」, 미스터리 기법으로 젊은이들을 매료시킨 「쌍생아」등에는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나 일신창투가 수입한 「원령공주」, 과거에의 향수를 지닌 일본 중장년층의 호응(250만명)을 얻은 「철도원」 같은 영화를 반드시 상영할 필요성이 있는가엔 의문이 제기됐다. 한 평론가는 『영화제가 마치 일본 수입 상품 샘플 전시장 같았다』 고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도 그리 지나친 대목만은 아니다.

아트영화 중심이기는 하지만 국내외 스타들의 냉담한 반응은 영화제 관계자들을 의기소침하게 했다. 홍콩의 프루트 챈, 중국 지아장케, 장위엔, 장이모 등 중국계 감독등이 방한했을 뿐, 초청대상이었던 유덕화, 마이클 윈터바텀 등은 부산에 오지 않았다. 국내에선 안성기 문성근 명계남 강수연 박중훈 방은진 등 「스크린쿼터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단골 배우」들을 제외하곤 스타급 연기자들을 찾기 어려웠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연 심은하, 이성재, 「유령」의 최민수, 「쉬리」의 한석규, 최민식 등 스타들은 부산에 오지 않았다. PIFF 광장을 메운 영화관객들은 얼굴도, 작품세계도 생경한 감독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홍보도 여전하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은 준비 소홀에도 불구, 다수의 영화 제작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러나 PPP 하나 만으로 부산영화제가 존재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정체성의 위기에 놓인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의 교류의 장」이든, 한국영화의 「프로모션 기지」든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