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가 얼마전 대전에서 한 말을 국민들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JP의 말엔 우리 정치의 앞날을 예시하는 대목이 있다. 새길 대목은 다음 세가지다. 『내년 1월 당에 돌아가는데 박태준총재 밑으로 간다』 『총선에 나오기는 하지만 대전 충남북은 아니다』 『총선후 내각제를 다시 추진할 텐데 내각제를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당을 만들어야 한다』■첫번째 말은 내년 1월 자민련에 복귀는 하나 총재직은 맡지 않는다는 뜻이다. JP는 자민련 오너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총재직을 차지할 수 있지만 고용사장인 박총재의 자리를 유지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국민들은 내년 1월 총리가 바뀐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 됐다.
■두번째 말은 JP가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쪽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여전히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 말은 좀 복잡하다. 내각제 추진을 위해 자민련의 세를 키우자는 것인지, 또다른 거여(巨與)를 만들자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내각제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게 대체적 시각인데 JP는 왜 굳이 내각제를 언급할까. 그래서 JP의 이런 말은 신당참여를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곱하기 제로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곱하기 제로를 하면 「꽝」이 된다. 자민련이 내년 초 국민회의와 합당, 신당으로 모습을 바꿀 경우 JP의 말은 모두가 곱하기 제로가 돼 버린다. 박총재의 자리도 없어지고 내각제 추진의 탄력도 상실된다. 지금 신당쪽 사람들의 입에서는 내각제의 내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JP는 또 시치미 뚝 떼고 『내각제를 꼭 하려 했으나 한나라당이 반대해 역부족으로 안됐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좀 이상하다. 내각제에 제동을 건 것은 김대중대통령과 국민회의였지 한나라당이 아니었다. 박총재나 자민련 사람들, 아니면 텃밭인 충청권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수사(修辭)였을까. 하여간 JP는 말도 묘하게 잘 한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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