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주춤했던 국내 화장품업계의 「브랜드 수입」이 다시 불붙었다. 최근 화장품회사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잇따라 「외국 용병」들을 들여오면서, 라이센스 브랜드를 앞세운 국내업체들의 화장품전쟁이 재현될 조짐이다.9-10월중 외국브랜드와 라이센스계약을 맺은 화장품 회사는 태평양, 나드리, 한불화장품 등 3개사. 지난달 태평양은 프랑스 의류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향수 「롤리타렘피카」를 내놓았으며, 나드리도 프랑스의 화장품브랜드 레오나르와 기술제휴를 통해 개발한 화장품 「레오나르」를 선보였다. 한불화장품은 19일 독일의 패션브랜드 「에스까다」의 외자를 유치, 라이센스계약을 맺고 국내 화장품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경향은 외국브랜드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지는 추세에 따른 것이지만 자사브랜드 매출을 깍아먹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유니코스가 계약을 맺은 프랑스브랜드 피에르가르뎅의 경우 올들어 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국내브랜드 일렘의 매출액은 18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달 「레오나르」와 함께 국내브랜드「상황」을 내놓은 나드리도 9억원의 매출을 올린 레오나르에 비해 상황의 매출액은 다소 떨어지는 쪽이라고 전했다. 업체의 인지도를 높이기 전략으로 도입한 라이센스 브랜드가 정작 자사브랜드의 성장에는 그늘을 드리우는 셈이다.
수입브랜드에 기대다 보니 외국업체의 제조기술이나 마케팅전략을 배우려는 노력없이 「명성」만 빌리는 경우도 있다. 애경산업은 96년 프랑스의 유명한 잡지사인 마리끌레르사와 계약을 맺고 화장품을 선보였다. 화장품과 관계없는 외국브랜드의 「이름」만을 빌려온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 수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업계의 반응은 『 쩔 수 없다』는 쪽이다. 소비심리의 확산으로 외국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브랜드만으로는 「남는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게 화장품업체의 항변.
화장품협회측은 『외국브랜드 제품을 더 좋은 것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업체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브랜드 수입으로 국내 브랜드 개발에 대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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