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의회(MPR)는 20일 두 가지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야당의 압둘라흐만 와히드후보를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한편 동티모르의 독립을 공식으로 승인했다.우리는 이 두 결정이 격동의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안정을 주고 또 국제적 신뢰를 획득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와히드 대통령의 앞날이 결코 밝은 것은 아니다. 당장 경쟁자였던 메가와티 지지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로 드러나고 있는 선거 후유증을 치유해야 하고, 동티모르의 독립과 관련한 국민적 상실감이 국제사회에 대한 배타적 감정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독립후 거의 반세기에 걸쳐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의 이웃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독재 및 군부 쿠데타와 족벌경제체제 등 부정적 유산으로 얼룩져 왔다.
게다가 인도네사아 군부는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갖고 전국에 걸쳐 정치 및 행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런 유산과 현실적인 상황이 인도네시아가 서구적 의미의 민주정치로 발전을 모색해 나가는데 제약과 저항이 될 것이다.
그러나 30년 이상의 수하르토 철권통치체제가 무너진 것이 바로 작년 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는 험난하지만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세계 최대 회교국으로서 평화적 정권교체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며칠전 쿠데타가 일어난 파키스탄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해와 관심은 최근 동티모르 평화유지군 파견을 계기로 더욱 높아졌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상황 전개는 동티모르 정글에 파견된 400여명의 우리 젊은이의 운명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동티모르파병 때문만으로 우리가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는다면 너무 단견이다.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300여개의 한국인 업체가 투자하고 있고 1만5,000여명의 한국인이 이 나라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 나라의 정치적 안정은 한국기업과 우리 교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한국의 18배가 넘는 광대한 국토와 2억의 대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비동맹외교 무대에서도 우리에게 중요하다. 식민통치, 독재체제, 군부통치,경제개발과 IMF환란등 우리와 비슷한 길을 그들도 걸어오고 있다. 종교적·인종적 배경은 다르지만 우리가 인도네시아와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경험과 분야는 많다.
와히드대통령은 미지의 인물이자 정치역학의 산물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우리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가 펼칠 비전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