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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마당] 김장훈 5집 타이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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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마당] 김장훈 5집 타이틀 '바보'

입력
1999.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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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은 인기있는 라이브 가수이다. 180㎝가 넘는 큰 키에 야윈 얼굴, 유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런 사람이 우스개를 할 때 더 반응이 크다. 그러나 라이브 무대는 그에게 「장사」만 시켜준 것은 아니다. 저음에서 불안했던 음정을 바로 잡는데도, 그래서 나직히 속삭이는 듯한 발라드를 무리없이 소화하는 데 큰 기회를 제공했다.5집째다. 1, 2집에서 보여주었던 건강하지만 상업적으로는 별 가능성이 없었던 록의 정서는 많이 사라졌다. 사실 이런 정서는 「나와 같다면」 에서 이미 끝나버렸을 지도 모른다. 「…너의 사진을 정리하다가 내 사진이 혹시 나오면/ 너는 그냥 찢고 마는지 한참을 바라보는지」 감상적 발라드는 그를 인기가수 반열에 올려 놓았다.

5집 타이틀 「바보」는 그가 대중 취향을 더 많이 반영했다는 결과를 알려준다. 보컬과 편성, 분위기 모두 가을 분위기가 물씬하다.

전주부터 「나! 발라드」 를 외치는 「슬픈 선물」(작사·작곡 유영석)은 옛 연인에게 깨끗하게 잊어 버릴테니 부담갖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군가가 우리 사일 궁금해한다면/이젠 다 잊었단 말 대신/나는 너를 처음부터 모르는 사이였다고 말해줄께」. 「나와 같다면」 보다 훨씬 절제된 보컬은 오히려 이전보다 호소력이 더욱 깊어진 느낌이다. 연주 부분은 정통 록 편성으로 되어 있지만 발라드를 치장하는 수준이지 록 분위기가 강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한 창법은 섬세한 가사가 감칠 맛 나는 「굿바이 데이」(양재선 작사·외국곡), 「그대 잘가요」(작사·작곡 윤종신) 등에서 더욱 그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바보」(작사 유영석·작곡 장진수)는 이별을 했으면서도 왕자 병에 빠져있는 정말 바보같은 남자의 이야기. 오석준·장필순·박정운 세사람으로 이뤄진 「오장박」의 옛 히트곡 「내일이 찾아오면」(작사 김성휘·작곡 오석준)을 리메이크한 곡은 다소 지루하기 쉬운 발라드 음반에 감초 역할을 한다. 김종서 박정현 인공위성의 노래에 이어지는 김진표의 랩은 세월을 넘어 오늘의 노래로 버전업한다.

리메이크 곡 「오페라」(작사·작곡 안지홍) 역시 바이얼린으로 시작되는 리드에 이어지는 김장훈의 서정적이면서도 청년다운 기백이 담긴 목소리가 건강하다. 『바보는 내 자신을 버렸다는 말이다. 욕심을 버리면 모든 일이 잘 풀리듯 노래가 대중의 가슴에 간직되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부드러운 악기편성과 전보다 다듬어진 보컬로 그의 대표적 음반이 될 만하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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