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궁정동의 총성이 울린지 20년이 되는 날. 그 총성의 중앙에 선 박정희 전대통령. 많은 사람에게 박전대통령은 두 얼굴로 다가온다. 근대화의 기수 아니면 인권탄압의 독재자. 요즘 학계에서나 정계에서 박정희의 재평가 논의가 뜨겁지만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KBS가 박정희 전대통령 조명에 나섰다. KBS 1TV는 「10·26 사건」 20주년인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에 걸쳐 방송하는 3부작「다큐멘터리, 박정희」 를 통해 박전대통령에 대해 재평가 작업을 벌인다.
1부 「예정된 선택, 쿠데타」 (26일 오후 10시)에선 대구사범을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던 박정희가 돌연 만주로 떠나 군인의 길 걷게된 사연에서부터 5·16 쿠데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박정희의 어릴때 꿈은 군인이었다. 그가 얼마나 군인이 되고 싶었가는 당시 동료교사였던 사람의 증언,『박정희는 군인이 되기위해 혈서까지 썼다』 를 들어보면 금새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군대에서 좌익 남로당 지도책이 된 과정, 여순반란사건 직후 체포돼 좌익활동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재판기록을 보여준다. 박정희가 해방후 군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다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도 김종필국무총리의 입을 통해서 들어본다. 『빈번한 시위와 혼미한 정국으로 나라가 위태해지고 도탄에 빠져 국가를 바로 세우고 근대화를 해야한다』 는 명분이었다.
2부「대한민국 주식회사」 (27일 오후 10시)편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을 이룬 배경을 상세히 소개한다. 그리고 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어가며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3부「유신공화국」 (28일 오후 10시)은 10월 유신의 탄생 배경과 그의 독재가 낳은 폐해를 집중 조명한다. 수업중에 선거법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파면당했던 대구 한 중학교 교사 이한옥(70)씨의 증언이 독재의 강도를 느끼게 한다. 일본군사학교의 교육 영향으로 교련, 국기하강식 실시 등의 권위주의가 초래한 폐해,「10·26사건」의 전말도 소개한다.
이번 다큐에서는 10·26당시 현장을 목격한 비서실장 김계원, 박전대통령 큰딸 박근혜의원, 61년 군사정권의 출현을 예견한 미국 버클리대 스칼라피노교수, 일본육군사관학교 제57기동기생 등이 나와 박전대통령에 대한 증언을 한다. 그리고 박근혜의원이 소장하고 있는 박전대통령의 친필일기와 교사시절 금강산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쓴 시, 만주군관학교 때 중국인 동기생이 박정희에 대해 쓴 기고문 등도 공개된다.
지금까지 박전대통령이 사망 직전 마지막 활동으로 알려진 자료는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 참가. 하지만 이번 다큐멘터리에선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이 끝나고 참가한 KBS송신소 준공식에 참가, 식수하는 장면을 담은 화면을 처음 공개한다. 3개월에 걸쳐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허진PD는 『박 전대통령에 대한 극단적 엇갈린 평가로 취재원들이 제작에 응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아직도 재평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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