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지폐가 2001년부터 발행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시각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내놓는다.돈이라는 것은 모든 상품이나 용역 등에 대한 가치척도이자 교환 수단으로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되는 것이어서 누구나 쉽고 정확하게 가치 즉, 금액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동전은 나름대로 시각장애인이 구분하는데 불편이 없다. 현재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네 종류가 있는데 각기 크기가 다르고 또 테두리를 만져보면 맨질맨질하거나 까칠까칠하여 혼동의 염려는 거의 없다.
지폐를 보면 1,000원, 5,000원, 1만원권 등 세 종류가 유통되고 있는데, 조폐공사에서 지폐를 만들어낼 때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구별하도록 요철로 된 점을 찍어놓았다.
그러나 이를 만져서 지폐를 구분해내는 시각장애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은행에서 막 나온 새돈인 경우엔 요철이 만져질 지 모르나 돈이란 말 그대로 돌고 도는 것인데 언제까지 그 연약한 요철이 제대로 남아 있길 바라는가.
그나마 지폐 크기가 각기 달라서 시각장애인들은 지폐를 맞비교하는 방식으로 구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5만원권 혹은 10만원권 지폐가 발행될 때이다. 지폐의 종류가 세 가지뿐일 때는 힘들더라도 맞비교하여 구별해내지만 네가지 또는 다섯가지로 늘어나면 그만큼 복잡해지고 예민한 감각을 요하게 돼 혼동할 우려가 커진다.
따라서 앞으로 새로운 지폐를 만들어낼 때에는 단순히 크기에만 변화를 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든다면, 각진 부분을 둥그스름하게 원형으로 한다든가 테두리를 톱니 모양으로 한다든가 하는 방법도 검토해 봄직하지 않을까.
지폐와 더불어 검토되어야 할 것은 카드이다. 현금카드나 신용카드 등 각종 카드들은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고 앞으로는 또 전자주민카드도 발급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카드들은 거의가 가로 세로 두께가 똑같아서 시각장애인들은 도저히 식별이 불가능하다. 이 역시 요철 표시를 한다든가 또는 기본 규격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모형에 변화를 준다든가 해야 겠다.
[임경억=한국맹인 복지연합회 정보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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