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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수사3계] 경제사범에겐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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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수사3계] 경제사범에겐 '저승사자'

입력
199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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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귀금속 도매상 H사 대표인 임모(42)씨 등 16명은 당시 범국민적 국란극복행사로 벌어진 금모으기 운동의 허점을 노려 「한탕」을 계획했다.시중에 밀거래 되는 금을 세무자료없이 대량 매집, 대기업 무역회사에 판매하면서 127억원의 부가가치세를 빼돌린 것.

일확천금에 눈이 먼 이들의 기쁨도 잠시였다. 교묘한 범죄행각의 뒤를 밟아 덮친 경찰의 법망은 이들 조직을 곧바로 일망타진 했다.

『범인들이 뛰면 경찰은 날아야 합니다』 날로 지능화하는 경제 범죄 근절을 위해 불철주야 현장을 뛰는 경찰 소수정예부대의 활약이 눈부시다.

노혁우(盧赫愚·45·경정) 계장이 이끄는 23명의 서울 경찰청 수사3계. 첨단 경제사범들에게도 서울경찰청 수사3계는 말 그대로 「저승사자」로 통한다.

10월 현재 이들이 단속한 경제범죄사범은 총929건 3,800여명에 이른다. IMF이전과 대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실적이다.

뛰어난 리더십과 실적을 인정받아 54회 경찰의 날인 21일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는 노계장은 『개개인의 능력과 특기를 존중하는 팀분위기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격무에도 싫은 소리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이 진정한 공로자』라며 겸손의 말을 전한다.

첨단범죄를 다루는 이들이 꼽는 최고의 수사방법은 의외로 「범인들에 대한 인간적 설득」이다. 5월 거액의 어음사기범을 검거했지만 도대체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실직하기 전까지 성실한 회사원이었던 범인과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 끝에 범인의 아내가 생활고로 인한 우울증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용하다는 한의사를 수소문해 아내의 병을 완치시켰다.

이에 감동한 범인은 수백억원대 어음사기조직에 대한 정보를 털어놓았다. 5반장 김선형(金善亨·44)경위는 『경제사범들은 학력도 있고 자존심도 강하기 때문에 수사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며 『수사는 과학적으로 하더라도 정작 범인의 입을 열게하는 데는 인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며 20년 노하우를 전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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